두바이 1981 (5)

아이들학교

다섯살과세살반짜리딸둘을인터내셔널스쿨에넣었다.일학년과유치원에.
그곳에서무역업을하고있던C사장아이들이다니는학교였는데,공항근처에있었다.
한국에서큰딸은유치원엘몹시가고싶어했었는데,유치원등록금이너무비싸서못보내고대신주산학원엘
보냈었다.한글은이미깨우치고,학원에서는두자리숫자암산까지하다가두바이로간것이다.
그래서한국에서떠날때동화책전집을사서이민보따리에넣고갔다.
그때문인지큰딸은아직도한국어구사하는데전혀문제가없다.대학에서일본어도공부했기에한자도제법읽고내블로그애독자이기도하다.

세살짜리작은딸은학교에서우리와떨어지는것이겁이났는지끅끅울기시작하더니,선생님발앞에서토하기
시작했다.우리가어쩔줄몰라하니까토한것은그냥놔두고아이를데리고가라고해서첫날은그냥돌아왔다.
반면,큰딸은학교에가는것이너무좋아책가방을만지고또만지고흥분이되어어쩔줄을몰라했다.
영어도한마디못하면서…

학교에다닌지일주일쯤지나자,큰아이담임선생이우리를보자고했다.
"이아이문제가너무많습니다.수업시간에제자리에앉아있지를못하구요,남자아이들을막때리구요,
아무때나교실을들락날락하고,도무지말을안듣습니다."
당혹스러웠다.
"선생님말씀잘알아들었습니다.아마도영어를못알아들어서그럴겁니다.아무튼오늘집에가서아이를잘
타이르겠습니다.그리고내일다시오지요."
선생은그냥나가주었으면하는눈치였지만,우리는모른척하고나왔다.

집에와서아이에게물어보니상황파악이되었다.
첫째,
아이가키가커서인지뒷자리에앉혀놨는데,칠판글씨가안보인다고했다.
그래서칠판글씨를공책에적으려면앞으로뛰어나가알파벳을한글자씩보고자리로돌아와그려놓고,다시또
나갔다돌아오고…아뿔사,아이눈나쁜것을몰랐구나…
둘째,
선생님이칠판으로돌아서서뭔가쓸때면남자아이들이눈을잡아당기고,코를잡아늘린다고한다.
눈과코가작다고.
그래서못하게팔을내저으면바로그때선생이돌아다보는것이다.
그러니까남자애들이못살게구는것을선생은못본것이다.
셋째,
오줌이마려울때뭐라고해야할지몰라그냥말안하고변소에간다고했다.

이말을들으니아이들에게너무미안했다.
영어한마디도못하는아이들을외국인학교에덜렁떨구고돌아와걱정도안하고있었다니…큰아이는그래도
학교에다닌다는즐거움에눈총받는것도개의치않았지만,작은아이는입꼭다물고꼼짝안하고앉아눈치만
보며하루몇시간씩고통스럽게보냈을것이다.그래서인지집에만오면오후내내지쳐늘어지곤했다.

우리는큰아이를위해몇가지대책을세웠다.
첫째,안경을맞춰주었고,
둘째,남자애들이못살게굴어도대항하지말라고주의를주었고,
셋째,변소에가고싶으면’토일렛’이라고말하라고했다.

다음날,
담임선생을찾아가서그대로이야기했더니그제야선생은이해를하고,
아이를앞줄에앉히고,남자아이들에게주의를시키고,쉬는시간이되면토일렛에가라고말해주기로했다.


플레이팬스쿨의학예회때한국아이들이강강수월래를하고있다.

한달쯤인터네셔널스쿨에다니다가,집에서가까운"플레이팬"이라는학교로옮겨주었다.
그학교에는우리아이들또래의한국애들이몇명다니고있어친구도있고,
선생들도한국아이들을귀여워해서분위기가좋았다.
그학교선생을집으로불러영어과외를시키기시작했는데,아이들이점점명랑해지고얼굴이밝아지며
영어를조잘거리기시작했다.

플레이팬스쿨에일년쯤다니고있는데,
영국학교인"잉글리시스피킹스쿨"에서슬슬한국학생들을받기시작했다.
플레이팬의한국아이들이영국학교로빠져나가기시작하자우리도그곳에원서를냈다.
수업료도비싸고시험을치고들어가는데도잘받아주지않는,문턱이높은학교였다.
웨이팅리스트에올려놓고여섯달이상을기다린후에야시험치러오라는연락을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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