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로 사역

S와점심을먹게되었다.
그녀는나보다다섯살쯤아래인데,젊었을적에남편과유학마치고한국에돌아가중역부인이되어

다시미국에와서살고있는사람이다.
"처음여기에와서는도무지’머리쓸일이없어서’매일잔디밭에나가잡풀을뽑았어요.그리고’홈디포’에서

파는꽃을종류대로모조리사다심었지요.그래서우리집마당이지금도제일화려해요,"
"화단가꾸기가취미이신가봐요?"
좀멍청한질문이었지만대꾸할말이없어…했다.
"천만에요,시간죽이기였으니까…"

그녀는한국의유명한교회의권사였고,대학에서일하고있었다고했다.
한국에서그녀의바쁜일정을금방이해할수가있었다.그래서,
"여기는…좀한가하지요?그래도하루가후딱지나가는것은한국이나마찬가지아닐까요?"
"첫해는정말힘들었어요.그래서남편출근하고나면잔디밭에나가하염없이앉아있는거예요.풀들과이야기

하면서…그러다가하나님께물었지요.’하나님,저이취로사업,언제까지해야하나요?’."

취로사업.
그녀의표현이재미있다.
"제기도에대한응답이오는것같아요.요즘…"
그래서?눈짓으로물었다.
"하나님이그러시는거예요,나도너처럼일한다.매일…"
그렇구나…
하나님도매일잡초를뽑고계시는구나…

가끔씩우연히대화가운데서귀가번쩍트이는말을들을때가있는데,그날이그랬다.
그녀는계속조잘거리다가샌드위치먹을타이밍을놓치곤해서할수없이내가말을시켜야했다.
"그럼,취로사업을계속하라는뜻인가요?"
"그건싫어요.그렇지만처음에왔을때처럼초조하거나답답하지는않아요.그냥지금의라이프를즐겨야겠다는

생각을해요."

뭔가하지않으면뒤쳐진다는강박관념은나에게도뿌리깊게박혀있었다.
그래서학교도다니고,교회에열심히봉사하고,빵가게도하고,식당도하고…그러다브레이크가걸렸다.
암에걸렸다.
그제야왜억지로취로사업을하려고했었는지우스웠다.

사실은내가무슨업적을이루려는것이아니라,가만히놀고있으면우리가족이굶어죽는줄알았기때문에

그렇게열심히일을한것이다.
"요즘밥못먹어굶어죽는사람,한국에도없다!"
친정어머니는그렇게대답하셨다.
그러나
미국은한국과달라몸둥이를움직이지않으면먹을게생기지않았다.
그래서365일’취로사업’을했는데,그것만하기에는내자신이너무초라해져서학교에도다니고,교회에서

봉사도했던것이다.S의말대로하면그건’머리쓰는일’이었다.

암환자가되고나서,죽기전에뭔가보람된일을해야하는것이아닐까생각도해보지만,

그것또한’취로사업’을다시불러오는일이되어버릴까봐아무것도안하고산다.
다만,루틴(routine,일과)을만들기위해운동도하고사람도만난다.
안그러면,나는’구신’처럼집구석에처박혀서밖에안나가고도혼자즐겁게사는체질이기때문이다.

오늘도’취로사역장’에나가는남편에게잘다녀오라고했다.
본인이나남들은남편의일이’머리쓰는’보람된일이라고여기지만,내가보기에는그저취로사업으로생각된다.

그가평생해온’루틴’.
그래서좀미안하다.그리고고맙다.나를위해취로사역을계속해주니까…

출근하는남편모습위로맑은바람이부는데,
나는하늘을바라보며혼자중얼거린다.
"제취로사역을경감시켜주셔서감사합니다.하나님."

도마도모종과수국화분이내손길을기다리는데,나는그들을슬쩍쳐다보고오늘은그냥있어라,한다.

날씨가너무좋아서취로사역을하기는아깝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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