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이라더니…

날씨가갑자기시원해지고,파란하늘에선들바람까지불었다.
토요일아침.
동네를한바퀴걷고난후,
아침식사를뒤베란다에차려놓고기분을내어본다.커피를한모금마시며,
"골프치러가는것보다훨씬좋다,그지?"
우리는아직골프치는맛을잘모른다.

베란다에서책을읽으려고했다.
그런데,
바위를타고올라가는담쟁이덩쿨과풀들을바라보고있던남편이부르륵일어서더니,

"오늘은저것들을다뜯어놔야겠다"

미국사람들은담쟁이덩쿨을’재패니스아이비’라고부르는데,번식력이어찌나강한지문제라고한다.

우리집도벽과베란다,화단,심지어뒷산의바위까지기어올라온통시퍼렇게만들고있다.

옆집존아저씨가살아있을때는눈치가보여이른봄이면그나마한번씩손질을했었는데,
그가세상을떠나니그집이나우리집이나돌보지를않아서풀들이제세상만난것같았다.

담쟁이덩쿨만극성인게아니라대나무도그렇다.
"일본것들은미국까지와서왜이렇게극성을떠나…"
남편은내잔소리듣기싫다고멀리피해떨어져풀을뽑는데,풀뽑는요령을가르쳐줘도절대로듣질않는다.

할수없이그얼키고설킨뿌리들을나혼자서낚아채어잡아당기며용을쓰다보니기운이딸렸다.
햇빛도따가운데선크림도안바르고모자도안쓰고…이제진짜취로사역자모습이되겠구나.

모자를가지러집안으로들어가는데,

재작년에잘라낸대나무밑둥에소뿔같은것이불쑥불쑥나와있었다.

새순같았다.징그럽게생긴새순.

그걸다툭툭잘라버리고,
톱을가져다대나무를자르며자세히보니그소뿔들이여기저기많이나와있었다.
혹시죽순이아닐까?

우후죽순이라더니…

그동안지겹게비가오더니죽순을피워내려고?

대나무를자른것을토막내어길가에내어놓고집으로들어가는데,목이랑어깨랑뻐근하며휘청거렸다.

재패니스아이비뿌리를잡아채느라너무힘이들었나보다.

소파에서물구나무서기를잠간하고났더니약간나은듯했다.
저녁밥을안쳐놓고다시잠간누었다.
이럴때맛있는한국식당이있으면얼마나좋을까…여기도대여섯개있지만,
나는맵고짠것을못먹으니한국식당에가도먹을게별로없다.

그래서맨날돌솟밥만주문한다.

곰탕,설렁탕도다시다넣지말라고하니까정말맛이없어못먹겠다.딱두기도못먹고…

밤새끙끙앓을것같아타이레놀을미리먹어두었다.

컴퓨터를켜서"죽순"을찾아보니,아까캐놨던것이죽순맞았다.
4-5월사이가제철이란다.
캔으로나온죽순은중국요리에서먹어보았지만,내가직접따보기는처음이다.

친절한인터넷은,
죽순을쌀뜨물에삶으라고했다.
그래서일부러쌀을씻어뜨물을받아거기에다삶았다.

모두껍질채삶았다.

반으로쪼개껍질을깐후찬물에담갔다가한입깨물어보니,아작아작한것이해초보다훨씬맛있었다.

이처럼아작아작씹히는음식이뭐가또있더라?담백하며씹히는맛이일품이었다.

깡통속에들어있던멀렁멀렁한것만이죽순인줄알았더니,이래서죽순을먹는구나…

하마트면모르고다쓰레기통으로들어갈뻔했는데,

단백질등영양가도많다하고특히식이섬유가많아변비에좋다고하니왠지횡재한것같다.

혼자먹긴아까와서,

누구와나누어먹을까궁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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