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줘서 고마워!

"아,좋다!김수현드라마같아요.여기살았으면좋겠어요."
북적거리며아침을먹고나더니,뉴욕에서온프랜시스가말했다.

올해추수감사절에는미국에있는조카들이다모였다.
우리아이들도다내려왔고,
그래서모두8명의젊은이들이매끼니마다식탁에둘러앉으면,
그재미가정말김수현드라마를능가한다.

영어로조잘거려야신나는아이들,
한국어로떠들어야신나는아이들,
영어,한국어왔다갔다지껄이는아이들,
고맙게도,
이들은우리부부도그들대화에끼워주었다.
우리는눈치없이,
영어로떠들며깔깔대는아이들에게는’뭔데,그말뜻이?’,
한국어로시국을웅변하는아이들에게는,’뭐야,왜그러는건데?’,
양쪽언어다잘하는아이들에게는,’얘네말다맞냐?’하며계속질문을한다.

아이들은착하게도우리의질문에성심껏답해주고,
우리부부가던졌던질문을통해서로이해못하고넘어갔던포인트를잡기도한다.

그들을보며언어에따른문화의차이를느끼지만,
그래도다행인것이요즘은인터넷이세계공용어라는것이다.
혈육보다더잘통하는인터넷.

얼떨결에100여장의빈대떡을부친헤더,고마워,해더!

추수감사절날은이웃의한인두가족을초대했다.
20명쯤모였다.
제일큰일은음식장만.
우리아이들이나미국서오래살은사람들에게는추수감사절터어키와햄이별미지만,
갖유학온조카들에게는아무래도터어키는뻑뻑해서잘넘어가지않는음식일것이다.
그래서불고기와빈대떡을추가했다.

비가오고추울것이라고해서걱정을했는데,
다행이저녁까지는비가오지않는다고했다.
그래서페티오에테이블세팅을했다.

여자애들이,아,여기살구싶어…하며바르르떠는시늉을했다.
단풍의흔적이아직남아있어초겨울의정취가느껴졌는데,
어른들테이블을누가맨끝으로밀어놔서우리는구석으로밀렸다.
머,그래도괜찮아,우리어른끼리도잘노니까…

초대한두집에도대학을졸업하고직장에다니고있는다큰자녀들이있는데,
고맙게도모두와주었다.
30세전후의청년들이고향에돌어와부모님과함께부모친구의초대에응한다는것이

미국생활에서는쉽지않은일이기때문이다.

효자들…

막내제이슨은심부름꾼.고모가보내준’노스페이스’를입고신났다.

어두워지자모두들집안으로들어오더니포커게임을시작하는데,
도박꾼(?)이반에다구경꾼이반이었다.
여자애들도질쎄라한자리씩차지하고앉았고,
이번에제이슨에게막내자리를물려준스티브도그판에얼른끼었다.
나이든형들이룰을열심히설명해준다.
조금있더니,톡톡톡…아아하…신음과감탄사가흘러나오기시작했다.

사랑해요…
프랜시스가어른들에게오더니사진을찍어주며그렇게하라고시키는데,
모두들처음하는짓이라하트가잘안만들어진다.
하긴,

이쁜하트를만들었다해도이젠찌그러질때가되긴했지…

우리어른들은따로둘러앉아차를마시고있었지만,
모두들아이들노는쪽으로만귀를쫑긋하고있다가번갈아일어나구경하러간다.
잘놀아다오!
아이들이잘노는것이그렇게대견할수가없었다.
그들이재미있게노는것을보니피로가싹가셨다.
젊음이전염이되어그런가?

우르르아래층으로내려가더니이번에는포켓볼을친다.
처음친다는프랜시스는폼이’블랙위도우’처럼멋지다.
순서를기다리는아이들은컴퓨터를틀어놓고수다가한참이고,
그와중에도기타를쳐서분위기를잡아주는형아도있다.
기타솜씨가수준급.

포켓볼을치고놀더니갑자기우르르밖으로몰려나간다.
‘해리포터’영화를보러가는것이다.
돈대는물주는큰누나.
동생들몰고나가영화구경시켜주고맛있는것사주는것이그녀의몫.
동생들은큰누나를쳐다만보아도든든하다나?
나도든든하다.그러나시집을가야할텐데…

밤중에돌아오더니,
남자애들은모두컴퓨터를하나씩꿰차고게임한다고아래층으로내려가고,
여자애들은’성균관스캔들’을본다고TV앞에앉았다.

그드라마는미국에있는애들사이에서도인기라고해서
나도여자애들틈에끼어보았는데,
그게왜재미있는지도무지알수가없었다.

그들은새벽까지놀았다.
나는안방문을열어놓고잤다.
거실과다른방에서웅성거리는소리를듣고싶어서였다.자장가보다달콤했다.
아이들이많아더욱풍성했던땡스기빙.
얘들아,와줘서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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