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1980 : 조 코치(14)

작년에쓰다말았던두바이이야기를계속합니다.

14.조코치

키가장딸막한배구코치가왔다.
당시두바이에는탁구코치들과배구코치들이현지클럽에서선수들을지도하고있었는데,

이들중에는선수시절이름이꽤알려진사람도있었고,조코치처럼무명이던사람도있었다.
지금생각해보니,

그때이미스포츠전문인력이중동에진출하고있었던것이다.

조코치는배구보다리크리에이션에더관심이많았다.
당시나는리크리에이션이라는말을딴따라를좀젊잖게부르는거아닌가라고생각하고있었는데,

그래서인지조코치는운동선수라기보다는좀딴따라에가깝게보였다.

그는볼룸댄스(ballroomdance)전문가라고했다.’
교회의서리집사라고도했다.
그러나둘다모두그의외모와는전혀어울리지않았다.

반상회를이끌던아줌마가호주로이민을간뒤,

우리끼리가끔씩모여기도하고성경을읽기는했지만그게무슨뜻인지잘알수가없었다.

그가서리집사라고하자우리는대단한성경선생님이왔는줄알고그에게자꾸물었는데,

그러자조코치가성경을가르치겠다고나섰다.
"하나님이둘째날에무엇을창조하셨지요?"
초등학생에게하듯질문을하면,
"하늘이요."
우리도초등학생처럼대답했다.

우리의질문이어려워대답을못할때는,
"사도바울이이렇게말했지요,이세상의모든지식을배설물로여기라구요.

예수믿는데세상의지식이나학력은다쓸데없어요,버리세요,버려!"
그모임에갈때마다나는다시는안나와야지결심하면서도,다시갔다가가슴을치며돌아오곤했다.

하루는조코치가주일학교를하자고했다.
당시두바이한인가정은아이를셋이상씩낳아아이들이많았었다.

조코치는자기가교회학교교장을할터이니장소만제공해달라고했다.
대부분의한인들은새로지은비싼주상복합아파트에살고있었고,

우리는거실이아주넓은보통아파트에서살고있었기때문에우리집에서하기로했다.

우리집도물론그들처럼아래층에수위가지키고있었고주민들눈치도봐야했지만,

아무튼용감하게자원했다.(그들은나에게성령이와서마음을그렇게먹도록이끌었다고했다)

첫날,거의30명쯤모였다.아이20여명에어른5명쯤.
거실에모인아이들은노래하고춤추고신이났다.
조집사는그땅딸막한몸집을날렵하게움직이며아이들에게율동을가르쳤고

엄마들은노래와박수를쳐가며박자를맞춰주었다.
"기타가있어야겠어요."
조코치의요청대로우리는돈을모아기타를사주었다.
그런데,그가기타를둘러메고반주하는소리가좀이상해서들어보니

‘예수사랑하심’이나’참아름다워라’나모든찬송가가다똑같은반주였다.반주랄것도없었다.

그저기타줄을징징거리며긁어대는것이었다.코드?그런것도없었다.

그래도아이들은좋아서난리였다.
나도즐겁게간식을만들어주고,목청을돋구어어려서배웠던찬송가를같이불러주었다.

"키보드가있어야겠는데요…"
이번에는키보드를사달라고해서부모들이다시돈을모아키보드를사주었다.
"아,앰프와스피커도있어야겠어요."
그것도사주었다.
우리집거실에는야마하라고쓴악기와부속품들이가득들어차기시작했다.

드디어,

키보드에맞추어노래와춤을추는날이되었다.
기대에차있던우리모두는뜨악하니서서입을다물줄몰랐다.

키보드를칠줄아는사람이아무도없었던것이다.
"제가조금만져보긴했지만잘안되네요."
조코치가한손가락으로건반을꾹꾹누르며미안해했다.
내가할까…생각하다가생전처음만져보는키보드가자신이없어그만뒀다.

악기야어찌되었건,
우리집거실에서모이는주일학교는아이들이40명까지늘어나며부흥을했다.
참으로다행인것은,
아이들과어른,그리고조코치의엉터리기타반주까지합쳐매주40여명이난리를쳐대는데도,

한번도경비나이웃의경고를받지않은것이다.
어떤사람은하나님이보호하셔서그런다고했고,

어떤사람은나중에경비에게돈을좀주어야할꺼라고했다.
조코치는,
주일학교장소를제공해줘서복받을거라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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