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20): 사이다에 절인 멜론

가끔씩물때에맞춰게를잡으러갔다.
두바이는아라비안걸프에면해있는도시인데,그래서게를잡을만한곳이있었다.
한번가면,두바께스(이말을써야감이잡힌다)씩잡아서경이네집으로몰려가
그밤중에게탕과게무침을만들어흰쌀밥과먹는데,신선노름이따로없었다.
매번쌀,전기,물등을써재끼는데도,경이네는사람사는맛이바로이런것이라고즐거워했다.
정말좋은사람들.
지금은강원도산속에서요양소를운영하고있다는소식을들었다.

게가설설기어다니는것이보이던게밭.
발로툭차서물망태기에집어넣으면그냥잡혔다.
우리가개발해놓은게밭에필리핀사람들이오고,그다음월남사람들이쓸고지나가면

그게밭은씨가말라버린다고했다.다른곳을발견해야하는것이다.

경이아버지가새로운게밭을찾아내곤했다.

게잡아먹는팀과는달리,

상사직원들은호텔뷔페나대판야키를하는일식집을좋아했다.
그때도일식집은비쌌다.
남편은그때나지금이나일식을별로좋아하지않는데,배도안부르면서값만비싸기때문이란다.

산골이고향이라회를별로좋아하지않는이유도있지만,자신의입맛에아주솔직하기때문인것도같다.다른사람이아무리회가맛있다고회를쳐도,그는절대세뇌가되지않는다.

오로지자기입맛에맞는것만맛있는것이다.멋으로도가지않는다.

하루는여러사람이힐튼호텔시푸드뷔페를갔는데,아주맛있는과일이나왔다.
색깔도연초록으로시원해보이고,입에넣으면사르르녹는것이었다.
아무도그이름을몰랐다.웨이터도몰랐다.그래서추측이난무했다.
그러다가내가잘난척한마디,
"이거말야,멜론을사이다에하룻밤절인것같은데?"
모두들그럴지도모른다고고개를끄덕거렸다.

싱싱한새우를비롯하여여러가지생선요리가잔뜩쌓여있었는데도,
우리는그사이다에절인멜론이나올때마다우르르몰려가싹쓸이를했다.
그래서인지나중에는더이상나오지를않았다.

미국에와서보니그것이’허니듀’라는멜론이었다.
수퍼에산더미처럼쌓여있는허니듀를볼때마다그때먹었던것을생각하며사오지만,
그때처럼맛있는것을아직맛보지못했다.
마치한국에서먹던손가락소세지맛을미국서는전혀찾을수없는것처럼.

우리는양고기집엘잘갔다.
아이들이양고기갈비(lambchop)를좋아했기때문이다.
양고기집에가면호무스와아랍빵(멕시코빵토티야와비슷하다)이나오는데,
호무스(hommus)란,가라반조라는콩에올리브유와레몬즙,참깨를섞어갈아만든딥(dip)이다.

이호무스에아랍빵을찍어먹으면구수한것이아주맛있었다.
지금도우리는호무스를집에서만들거나코스트코에서사다마요네즈대신먹는다.

한국식당에는한국손님이왔을때주로갔다.
나는아이가셋이나딸렸기때문에식당에쫓아가는일이드물었다.
아이들우르르데리고식당에가봤자실상나는맛있게먹을수가없기때문에웬만하면안갔다.

사막에서배추와열무농사를짓는한국부부가있었다.

열무는현지인들도날것으로먹어서재래시장에서도팔았는데,우리는그것으로물김치도담그고,김장도했다.김치냉장고가없을때니까어떤집은냉동을시키기도했다.냉동김치가통조림김치보다낫기때문이다.

그곳에3년살면서가장맛있었던음식은,어떤호텔의스프였다.
본사에서높은분이오셔서두바이장관이초대한자리였는데,고맙게도와이프들까지초대한것이다.
잔뜩긴장해서갔는데,웬테이블세팅이그렇게복잡한지도무지어떤나이프,포크를집어야할지,

내물컵이어떤건지알수가없을정도였다.
아무튼,
스프가나왔는데,돔처럼둥그런파이같은뚜껑이씌워져있었다.
이걸어떻게먹어야하나…
옆자리의사장님을곁눈질해서보니,스프는손도안대고,계속와인만마시는것이었다.
에라,모르겠다,뚜껑을살짝부숴서먹기시작했다.아,그맛이란…

외국에살면,
한국처럼이웃이나친구를기호대로사귈수가없다.싫건좋건거기사는사람들과다어울려야한다.

특히두바이처럼한국교민이뻔한곳에서는.
그러기에우리가양고기집엘자주가는것도,일식집에는잘안가는것도,환히알아서때론말거리가된다.지금은신토불이라는어려운말이나와서모두들향토음식먹는것을당연하게생각하지만,

당시만해도중동에서우리처럼양고기를먹으면"비위도좋네"하며비양거리는사람이많던시절이었다.

호텔뷔페도,일식집도,한식집도,양고기집도,다좋지만,
경이네서벌렸던’게파티’가가장좋았다.
경이네는,

언제가도밥이있는집이었다.
부엌의작은테이블에는고추장과호박에볶은참치,

어떤때는깡통두부와깡통김치를지진것이있었는데,

그걸로나는게걸들은나그네처럼밥한사발을뚝딱해치웠었다.

항상밥이있는집이나는좋다.
거기다커피까지있으면더욱좋고…

경이네가그랬다.

사막의오아시스처럼.

(사진은구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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