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몽사몽

밤새폭풍우가몰아치고갔다.
비개인맑은하늘과봄꽃들…우리동네의꽃터널은무사했다.
방사능비를맞지않으려고모자와우산을쓰고다니던잿빛서울거리가생각난다.
어쩌다내가이렇게아름다운곳에살게되었지?

"꿈에큰홍수가나서우리셋이죽을힘을다해뒷산으로대피를했지."
"물이넘치는꿈을꾸면부자가된다고하던데?"
"그런데말야,요즘엔꿈속에제이슨이꼭낀단말야."
남편은조카가자기꿈에끼게된것이신기하다는듯이웃었다.
내가한국에남아있던두주일동안그들은더친해진것같다.

나는우리아이들에게그랬듯이,조카에게도항상몇년후의목표를이야기한다.
"외교관이된다는것은말야…"
그러나남편은우리아이들에게그랬듯이,항상근접한목표를일깨워준다.
"중국어SATII를봐라."
결국우리둘이똑같이강조하는것은,

"공부를잘해야좌우지간뭐든될수있다."

"’나니아연대기’를읽고있어요.자기전에조금씩…"
"학교에서읽으라고했어?"
"이번에한국가서가져온책이예요."
조카는내가’그러니?’하고격려해주길바란것같은데,
"너영어시간에읽어야할’주홍글씨’나’에머슨의글’읽기도바쁜데,’나니아연대기’까지읽을시간이있어?한국잠깐갔다오더니이사람저사람충고가많아헛갈리는모양이구나?"

그래서,
조카와나의대화는엉뚱한곳으로흘러가게되었다.
조카는한국사람들이똑똑하다고죽자사자변호하고,
나는똑똑한것은맞지만한국식똑똑함이라고우겼다.
도대체누가잘난척하면서조카더러’나니아연대기’까지읽으라고했는지는몰라도,
그건

미국유학일년차고등학생의영어실력을전혀모르는자의소행이다.
"넌지금’주홍글씨’읽고시험보기도바쁘잖아!"

미국에돌아오니다시미국식(?)으로산다.
새벽에일어나기,밥하기,성경공부,부활절칸타타연습,수영,달래캐기…
그러나

꿈속에서는지하철을갈아타고내무덤을찾아가는악몽을꾼다.
그래서자꾸잠이깬다.
이번시차적응은무시무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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