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주말- 야구장

볼티모어오리올즈야구장에갔다.

보약과같은귀한주말을아이들이우리를위해써준것이다.
"엄마한국에서도야구장에가본적이있어요?"
아들이물었다.
순간,말문이막혔다.
"그러엄…엄마가젊었을때는한국에프로야구는없었고,고교야구가인기였지.
그래서동대문에있는야구장엘자주갔단다.자주!"
"자주"라는말에힘을팍주었다.

그랜드캐년을내려다보며나는질질짜고있었다.
그때가미국에온지2년쯤되었을때였던가…어머니와여동생이미국방문을해서

그들과함께그랜드캐년구경을가던중이었다.
텍사스에서뉴멕시코를지나아리조나어딘가를달리는데,
남편과여동생이한국의야구선수와야구게임이야기를재미있게하고있었고,

나는떠나기전날까지노동으로지친몸을웅크리고졸고있었다.그때,

그들의유쾌한웃음소리가내졸음을깨웠다.
소외감.
그때나는미국에와서한참고생길로접어들고있던참이었는데,
그래서밤새도록신세타령을해도시원찮을마당에,

한국야구이야기로신이난그들의대화와웃음소리가내오장을찌르며쌓인서러움을폭발시켰다.

야구?니네들,지금나약올리는거야?

그래서괜히시비를걸어울고불고…

그후로25년이흐른오늘,
"엄마,야구장에가봤어요?"라고아들이다시묻는다.

그건,

‘엄마도야구볼줄알아요?’라고묻는것과다름없다.

볼티모어오리올즈야구장앞에는,
귀여운꼬마들이베이브루스의동상앞에서사진을찍고,
먹거리가판대에는통닭이춤을추며우리를유혹하는데,

푸드드라이브에서는자선을권하고…

텍사스레인져스야구장에가본후몇년만인가?27년?세월참빠르다.

야구장에들어서니군중속의평안이느껴졌다.
이렇게많은사람들틈에섞여본것이얼마만인가!

뿡빵뿡빵,와아와,

경기장에가면확실히선수의숨길이느껴진다.

선수와관중이혼연일체.

그비싸고귀하신몸들께야유도하고…

다른사람들과휩쓸려맥주도마시고프렛즐도사먹었다.
날씨는시원했고,하늘은푸르렀다.
"엄마,charge!라고소리질러보세요.힘껏!"
딸과함께"촤아지"하며힘껏소리질렀다.
"시원해요?"

게임은9회초까지아주아기자기하게진행되다가,
6:5로볼티모어가클리블랜드인디안스를이겼다.

"엄마도야구를즐기시는것같아요."작은딸이말했다.

또다시대꾸할말이없어졌다.
그래,엄마의재발견을해봐라…
좋은것,재미있는것,하고싶은것을애써잊으며살아온네엄마…
이젠안그래도되겠니?

야구장을나오니밤11시가되었다.
한시간운전을해서워싱턴으로돌아가야한다.
달이훤하게떠서우리를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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