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간단 결혼식(3): 혼수

믿거나말거나,
아들장가보내면서저는버선짝하나도못받았습니다.
저또한며느리에게아무것도해준것이없습니다.

자랑스럽게도!

그런데,
한국에나가니모두들믿지않더라구요.
지금도제가뭔가감추고있는줄로알고있는사람이있을텐데
감추고있는것이라고는아들을도와준’고것’뿐입니다.

그래도가끔씩
저자신에게연민이생기는데,
연민까지못하게하면터져버릴것같기때문에남편이,
"됐어,됐어,대신내가다해줄게!"할때마다소리를버럭지릅니다.
그것과그건다르지!

웃기는것이,
만일푹신한이불한채를받았다면지금쯤내기분이어떨까?
포근하겠지?
아니면,
에게,겨우이불한채야?
이러는걸상상도해보고
어느분표현대로
‘이런저런재미’란도대체뭘까?궁금해하다가,
피식웃고접고맙니다.

제욕심을죽이는최후의보루는항상,

"노랑머리며느리를보았다고생각하자…"입니다.

마지막순간까지서울사람들은저를교육시키느라고애썼습니다.
"색시집에서뭐해준다고하면절대로’그만두세요…’라고사양하지말고
그냥가만히있는거야,알았어?"
그들은제가행여다필요없다,라고말할까봐서저를연습시켰는데,
교육받은거한번써먹을기회도없었어요.흐흐.

그럼에도불구하고,
결혼식전날상견례라고만난자리에서저는참지못하고,
"신부에게예쁜한복한벌해주고싶은데…"했는데,
"아유,본인이입고싶다고했으면제가벌써해줬지요."라고
사돈이받아넘기시더라구요.

괜히,
친정어머니의시선이나를측은히여기는것같기도하고,
시댁식구들도의아하게보는것같고,
아는사람들이모두,
‘너,참별나게살더니끝까지그러는구나,’하는것같기도한데,
다자격지심이겠지요?

노랑머리며느리맞았다면이런생각꿈에도못할텐데,

정말,

주고받는혼수속에인정이싹트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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