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

아버지,

꽃은만발했지요,날씨는화창하지요,

그래서
누구와점심이라도먹고싶은데,
아무리생각해도불러낼사람이없네요.

이럴때,

아버지가계셨으면좋겠다…우족탕먹으러?하하.

여기가우리동네예요.

아랫동네,존스벨리목장길이예요.

아버지께서보시면,

"야하,참좋구나!에게,에게,저소들좀보라우,윤기가난다!"

침을꿀꺽삼키실것같아요.

제이슨학교데려다줄때,저성경공부갈때,

이길로다니지요.

여기는부엌이구요.

둥그런식탁이있는데,거기다컴퓨터를놓고

창밖을내다보며이것저것해요.

기도제목쓰고,성경공부하고,블로그하고,혼자점심도먹고…

내다보고있으면

어떤부부는새벽6시에걷고,

아버지와뚱뚱한아들은오후5시쯤걸어요.

참,

그할머니있잖아요?

하루에도몇번씩걸어서’걷기중독환자’같다고아버지께서말씀하시던그할머니,

몇년전부터안보이지요.

옆집아저씨도재작년에돌아가셨구요.

여기는우리뒷발코니.

기억나세요?

"얘야,하는일없이밥만축내고있을래니몸이근질거린다."하시며

아침마다발코니쓸어주셨잖아요.

그러나이렇게꽃핀것은보시지못했을거예요.주로여름에오셨으니까…

아버지께서미국오시기힘들다고안오신그후부터

이분홍꽃이피기시작한것같아요.

이길,기억나세요?

어느날,

산책나가셨다가길을잃으셨잖아요.

어머니께서

"네아버지가산책나가신지한시간도넘었는데안들어오신다."고

걱정스럽게제가게에전화를하셨어요.

진경아빠가부랴부랴가보니아버지께서어떤집앞에앉아계시더래요.

"기억이통안나는거야.그래서여기앉아있으면누군가가데리러오겠지해서이렇게기다리고있었다."

아버지께서그때이미치매초기증세가있으셨는데,

우리는그걸전혀짐작을못했어요.

그저낮선동네라서그러시려니…하구요.

여기는교회마당이예요.

어릴때저희들데리고창경원벗꽃구경다니셨잖아요?

그때사진을보니꽃보다사람이더많던데,

지금여기는개미새끼한마리도없군요.

우리진경이시집갈때저런벗꽃나무밑에서결혼식했으면좋겠어요.

참,

돈이장가간것은아시지요?

색시감은그때아버지께인사갔었잖아요.

"할아버지좀더사시지,우리결혼하는것보셨으면좋았을텐데…"

돈이가안타까워했습니다.

여기는알라바마남쪽끝멕시코만바닷가예요.

전에우리가조오지아에살때가셨던파나마시티비치에서서쪽으로조금가면되요.

바닷가에가면바다낚시하시던생각,

호수가에가면민물낚시하시던생각,

그렇게낚시를좋아하셨는데

제가바빠서많이모시고다니지못한것이후회가되네요.

아버지,

벌써일년됐어요.아버지와헤어진지가요.

엄마는그럭저럭잘계시는데,가끔씩

"느이아부지가슬슬보고프다."고말씀하시지요.

아버지,

꿈에라도한번찾아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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