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

"생일이지만,떨어질까봐미역국안먹었어요."
‘케이팝’이라는서바이벌노래자랑에나온예쁘장한여가수가말했다.

우리아들말투와비슷하다.ㅎㅎ

오늘이내생일이예요,라고말하는사람들을
전에는참뻔뻔하다고생각했었는데
언제부턴가나도식구들에게삼월며칠은내생일이다,라고
공표를하기시작했다.
혹시내생일을잊고지나가면남편과아이들이미안해할까봐서이고,
그리고나도좀서운하니까…
그냥
기억만해달라는것인데,그들은
꽃도주고,돈도줬다.

동생이생일선물로보내준옷을입고,분홍꽃과비슷한색갈이라서…어때?

이번생일아침에는문득재순이생각을했다.
그친구는나와생년월일이같다.
사실은,
뒤뜰의만발한분홍꽃을보며
재순이가바르던분홍립스틱생각이났던거다.
재순이는생일잘지냈겠지?
아침에는미역국,저녁에는스테이크?선물은뭘까?
그런데,
나는미역국도한그릇못얻어먹고이게뭐야,빵조각!
갑자기미친듯이마음이복잡해지기시작했다.

그래,
걔는성격이온순한부잣집막내딸이잖아.
그러니주위사람에게대접을받고사는거야.

어려서부터부모와떨어져살았던나는
어머니의정성이들어간고기미역국같은거바랄처지가아니었다.
그래서
까짓미역국이뭐대수냐!하며씩씩하게잘살아왔는데,
육십이넘어새삼미역국때문에목이메인다니…무슨징조일까?

미역국.
사실은어제저녁에내손으로끊여놨었다.
생일도되었고,건강식이기도하니까.
너,그거먹으면될거아냐?
내속의이성이똑똑하게타이르는데도,
알수없는서러움이뱃속에서들끓으며
좌우지간싫어,받아먹고싶어…라고생떼를쓰고있었다.

그래서,
제때생일축하표시를안해준남편에게하루종일화를냈고
바빠죽겠다는아이들전화통을붙잡고비비꽜다.
그러면서유치하게도,
"선물도안주기야?"따졌다.

나의반란에,
남편은골프9홀쳐주고,점심한그릇사주겠다고하고,
아이들은돈을걷어보내겠다고했다.
조카는저녁에겉봉없는생일카드를내밀었다.
그러나,
내가가장받고싶었던것은
생일하루만큼은그들이좀알아서나를챙겨주는것이었다.

생일에대접한번받아보자…했다가,
그만스타일만구겨버렸다.
오늘이내생일이다!
위엄있게말하고기다렸으면될것을
왜그렇게조급해서화를냈는지알수가없다.
친구와비교가되어서?

아버지기일에드린헌화

뭐가받고싶어?스스로에게묻는다.
보호,관심,사랑…
그러나,
골골죽는소리,앵앵거리며공치사많이하는여편네들이
그런것죄다차지해버리고,
내차례는안오는것같다.
씩씩하게살아온죄다.

그래서이제와서
누구없소?하며사람들에게관심을구걸하게된다.

‘사랑은주는것’이라고

평생가르침을받았는데도
가끔은

사람들의사랑과관심을받고싶어발작이난다.
그래서
‘케이팝’의어린가수도미끌어질까봐안먹는미역국.
그걸받아먹으려고스스로를볶고식구도볶다가체면만구겼다.

뭘받으려고하는것은항상문제를일으킨다.
그거,아무나하는짓이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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