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의 일기장

"어제도,오늘도,내일도매일똑같다"
초등학생철수의일기다.

나도철수처럼블로그에쓰고싶었다.
그래도

열어놓은블로그니까가끔은내용을바꿔줘야하고
방문자를맞기도해야하는데도무지쓸것이없어막막하기만했다.
왜?

"블로그에그런소린쓰지마라."
항의가들어왔기때문이다.

아이들잘있지요?라고누가물을때

‘그건우리아이들프라이버시문제이니까말할수없어요.’라고한다거나,

건강이어떠냐고묻는데,

‘의사도아니면서그건왜물어요?’할사람은없다.

물으면대답하는것이대화이고,인간관계다.

우리모두는

안부를묻는척하며남의이야기를듣고싶어한다.

만일,

다른사람의프라이버시를위해내이야기만하고살아야한다면,

출근하는남편더러,

"여보,나집에서살림잘하고있을게요."

학교가는아이더러,

"엄마빨래하고청소하고맛있는저녁식사만들게."

전화걸어온친구더러,

"나,지금물말아서밥잘먹고있어.조금있으면화장실에갈거야"

이런말만해야한다.

하다못해너는?이라고반문해도프라이버시침해다.

"그러시면안되죠.제가얼마나상처를받았는지아세요?"
20년전그때,그녀는총무이고나는회장이었다.
내일모레교회의행사가시작되는데,
갑자기그녀가사라져버려온통난리법석을친끝에겨우찾아내어이유를물으니,
내가자기에게아주섭섭한농담을했다고한다.
"구체적으로무슨말이었는지말해주실래요?"
"그건말할수없어요."
"그래도말해줘야제가나중에같은실수를안하지요."
"글세,말할수없다구요!"
그녀는끝까지말안해줬다.그리고우리는헤어졌다.
나는아직도그녀가삐친이유를모른다.다만,
무심코던진돌맹이가연못속의개구리에게는큰파문이될수도있다는교훈을되새기며
그후로는상대방의눈높이에맞춰대화를하려고애써왔다.

그러다보니
한국말커뮤니티가너무나피곤해졌다.
상대하는모든사람들의자격지심이나열등감을다헤아려대화를해야했기때문이다.
벙어리가되고싶었다.
그래서지금의미국교회로와서벙어리와다름없이산다.

"한국사람들하고만어울려사니까저렇게영어한마디도못하잖아?"
미국남편과사는80먹은할머니가,

한국남편과사는영어못하는할머니흉을본다.
80이되어도내가남보다좀더나은것이있다고생각해야살맛이나는가보다.
그할머니의나이를계수(計數)하면서
‘몇년이나더저렇게큰소리치고사실려나…"하다가깜짝놀란다.
나는?
나이를계수할수도없는암환자가아닌가?
"우리에게우리날계수함을가르치사지혜로운마음을얻게하소서"
그래도어떤때는,
죽을마당에이까짓게다무슨소용이야,했다가
죽을마당에뭔소리는못해!하는용기도생긴다.

그래서블로그를계속한다.

철수처럼선생님에게잘보이기위해이것저것감추고나면
일기장에쓸것이없어져버린다.
"어제,오늘,내일이다똑같다."란말밖에는.
우리인간은안가르쳐줘도이렇게어려서부터자신의허물을감출줄아는지혜를터득했다.
원죄라는걸까?

벌거벗고도부끄러움없이잘살았는데,

어느날사과를따먹고나서문득부끄러워진아담과이브.

그래서나뭇잎으로거기를가렸다지?

좀창피하더라도있는그대로써서선생님에게보이면
관심과사랑을받을수도있었을철수.

숨기려고애쓰는철수때문에
막장드라마가생기고,꼼수들이활개를친다.
철수이야기를남의이야기인척대신해주기때문이다.

그래서나도말썽나지않게
앞으로는모든글앞에’소설’이라는타이틀을달까생각해본다.

"이건철수의실화가아니고소설입니다.여러분,마음편히읽으세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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