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팅, 제이슨!

여름방학을하고한국으로떠나는조카를공항에서배웅하고
발걸음을돌리는데,
"자,수고했어,이제부터두달간휴가다!"
남편이어깨를두드려줬다.많이많이고마웠다.

"고모,이거고모블로그에올려주실래요?"
며칠전,

조카제이슨이컴퓨터를들고와서자기이메일을보여줬다.
농구코치에게서온것이었다.
"제이슨리,학교대표(varsity)농구팀매니저로임명"

일주일내내트라이아웃(tryout)을하더니내년대표팀에뽑혔다.

얼마나좋았으면고모블로그에이걸올려달라고했겠는가?

멀리떨어져있는부모에게모처럼희소식을전하고싶어하는아들,
그러나희소식이되려면,
운동이거저되는것이아니라얼마나힘이드는것인지를
부모들이알아야한다.

주니어팀코치와함께

제이슨은,
고등학교2학년(11학년)에올라가면서학교농구팀에들어갔다.
그전봄에트라이아웃(tryout)을해서합격했다고뛸듯이기뻐했지만,
여름방학동안한국에가서공부만하고돌아온제이슨은
몸이많이굳어있었고키도거의자라지않았다.
반면,
미국아이들은머리하나만큼더커서돌아왔다.
그래서그들과의키차이가중학생과대학생만큼나게되었다.
아무튼,
무식한놈이용감하다고,
미국고등학교농구수준이어떤지전혀모르는채로시작한농구.

마이클조던

"수학시험이있는데…농구연습못간다고말할까봐요."
농구를시작하니공부할시간이없어졌다.
시험은코앞에닥치고,공부는못했고,연습은엄청고되고…
그래서운동을그만둘까생각하는눈치였다.
"그래도계속해봐.피하지말고.이번고비만잘넘기면괜찮을거다."
냉정하게말했다.
이미,신경성위염으로며칠결석을한다음이라서
성적이형편없이떨어지고있었기에불안한건나도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사나이가한번칼을뽑았으면…모기라도잡아야지!

힘들면그만둬,
맛없으면먹지마,
하기싫으면말어,
아프면쉬어…

미국에오기전까지,어렵고싫은일은안하고슬쩍넘어갔던삶.
자기부모에게는통할지모르나,
미국고모에게는안통한다.

고등학교농구

미국고등학교운동부란,
일단팀에들어가면매일방과후2시간씩연습을한다.그리고
일주일에평균두번씩의원정경기와홈경기를치뤄야한다.
연습을시작하자제이슨은,
연습후물마시고나면쓰러져걸을힘도없다고했다.
데리러가면얼굴이노래져서차속에서숨도제대로고르지못하고,
집에오면피곤해서책상에오래앉아있지도못했다.
그러면서공부는어떻게해?

대부분의학교에서는
운동부에들어가려면운동도잘해야하지만,학교성적도B이상이어야한다.
운동한다고봐주는일은절대로없기에
운동을하려면자기일을관리할수있는습관부터길러야한다.
"네가농구팀에서살아남으면그것만으로도너에게는큰도전과승리다."

축구부친구와함께

키가작아서대표팀에못끼고주니어팀에서뛰게되었다.
코치들도제이슨을어찌할까많이고민하는눈치였다.
만일제이슨이공립학교에갔다면농구부에는들어갈꿈도못꿨을것이다.
공립학교는우선학생수가많기때문에그중에운동잘하는아이들도많고,
본인이아무리하고싶어도실력이안되면안뽑아주기때문이다.
반면,
사립학교는한학년이60명정도밖에안되기에웬만하면학생들에게기회를준다.

힘든학교공부와운동연습사이에서
제이슨은포기하지않고한시즌을끝냈다.
농구시즌이끝나면농구부뱅큇(banquet)이라는것이있는데,
말하자면시상식파티같은것으로수료증(certificate)과상장을주고간단한저녁을먹는다.
제이슨은상장은못받고수료증만받았다.

"우리제이슨은농구를시작하고오히려성적이더올랐어요."
남편이농구코치에게말하자,
농구코치는반색을하며모든사람에게
"제이슨은농구를하면서성적이더올랐답니다!"광고를했다.
박수쳐주는학부모들도있고,엄지손가락을들어올리는선생님도있었다.
제이슨어깨가으쓱해졌다.

일본만화"남자고교생의일상"

이상하게도,
운동을열심히하면서부터성적이올라가기시작했다.
내가보기에그이유는,
운동하느라시간에쫓겨생활이간단해졌기때문이다.
학교가고,공부하고,운동하고,밥먹고,자고,
하루일과가간단했다.
전처럼,한밤중까지컴퓨터에들러붙어앉아있을시간과체력이없었다.
일찍고꾸라져서푹자고나면,
다음날학교에서는강의시간에집중해서공부를할수있고
틈틈이숙제까지마치는요령을터득했다.
한마디로,
한국의모범생들이흔히말하는,
"나는학교공부에만충실했어요.학원도안다니고과외도안했어요."

이래서미국부모들도기를쓰고운동을시킨다.
한참자라는틴에이져들특히남자아이들에게건강한생활습관을길러주고,
시간이남아돌아컴퓨터를끼고밤을새는것,
술,폭력,섹스가난무하는길거리를배회하며사고칠기회를줄이기때문이다.

농구시즌이끝나고축구가시작되었다.
한번운동을시작하고보니,
방과후아무것도안하고집으로직행하면몸이근질거린다고했다.
거기다농구팀에서뛰던친구들이거의다축구를하기시작했다.
그러나이번에도축구팀은이미다만들어져서들어갈방법이없었다.
어느날,

친구따라축구장근처를어슬렁거리고있는데,
"너,축구하고싶으면내가코치에게물어봐줄까?"친구가말했다.
다행이한자리가남아서축구부에서받아줬다.

포지션은미들필더.

박지성

축구는
날씨가더운알라바마에서뛰려면정말지치는운동이지만,잘참고끝냈다.
코치는조카를’지성(박지성)’이라고부르며귀여워했다.

작은키의핸디캡을극복하고농구팀에서버텼다는것,
축구팀에서는제법잘뛰어서’지성’이가되었다는것,
새시즌에는농구대표팀의매니저가되어다른선수들을도울수있다는것,
이런것들이제이슨에게자신감을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도
하면된다!는것을체득한후로는사람이달라졌다.
자신의장래에대해꿈을가지게되고,그꿈과관련된질문도많아졌다.
"한국가서혹시슬럼프에빠지게되면어떻게하지요?"
한국으로떠나며물었다.

"여섯달고생하면,육십년이행복하다!그걸기억해!"
연말대입원서낼때까지여섯달남았다.

눈딱감고여섯달만고생하면결판이난다.
파이팅,제이슨!

(이미지는구글과위키피디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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