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반도, 포트 엔젤스의 퍼블릭 마켓

솔덕온천에서나오는데,
으실으실추운것이컨디션이안좋아얼른감기약을삼켰다.
캐빈문을딱닫고나섰는데따끈한커피생각이났다.
"아,커피한잔끓여가지고나올걸…"

"오피스건물에있는카페테리아로가서마셔요."
딸이말했다.
"얘,캐빈에서끊이면되는데,뭐하러돈내고사마시니?"
"아빠가이미키를반납하러가셨잖아요."
"저기,청소하는사람더러뭘두고나왔다고하고문좀열어달라고해봐."
딸이마지못해열쇠를다시받아와서들어가커피를한잔끓여가지고나왔다.
나는이런시시한것때문에딸과남편을짜증나게한다.

솔덕온천은빨간줄안에올림픽국립공원서북쪽에있다.

"우리지금동쪽으로가는거니,서쪽으로가는거니?"
솔덕온천에서나와이미한시간쯤달렸을때물었다.

101번교차로에서동쪽으로가면온길을다시가는것이고,
서쪽으로가면태평양쪽으로가는것이다.
"포트엔젤스로가요.동쪽."
"그럼온길로다시돌아가는거야?재미없게…"
열이확났다.

"진작얘기했어야지.갈림길에서한시간은더왔는데…"

남편은’한시간’을강조했다.
"그렇지만여기까지와서태평양도못보고가요?"
"여기아니라도앞으로태평양실컷볼거야!"
"엄마,아빠,우리뜨거운커피라도한잔마시고나서다시얘기해요."
딸이일단포트엔젤스에가서얘기하자고중재에나섰다.

부둣가에내리니,
밖에서는찬바람이몰아치고,속에서는열기가끓어올라중심을잡기가힘이들었다.
여기서뭘어쩌자는거야?
포트엔젤스는올림픽반도의제일큰도시다.

캐나다뱅쿠우버섬의빅토리아로왕래하는훼리호를타기위해오는사람들이많다.
"우리캐나다여행팩키지에빅토리아가는거있는줄알지?
그러니여기서훼리타고거기건너갔다올필요없는데,여긴뭘보러왔어?"
짜증을냈다.
"엄마,춥지요?화장실들렀다가커피부터한잔마시구얘기해요!"

주말시장에서파는페이스트리

아무리둘러봐도맥도날드가없었다.그흔한스타벅스도없었다.
(우리는스타벅스보다맥도날드커피를더좋아한다.)
스프를먹을만한곳도안보였다.지나가는백인청년들에게물어보니,
"중국집은저기,데이어리퀸은저쪽길에…"한다.
보통,
맥도날드는고속도로옆에,DairyQueen은시골지방도로에있는데

그럼여긴아주시골이란말인가?
"어디,이탈리안식당없어요?"
"멕시칸식당은있는데…"
이친구들이우릴놀리나?

"일단시내로나가봐요."
시내가어디따로있을것같지도않지만,찾아나섰다.
첫번째신호등에서기다리다옆을보니
"PublicMarket"이라고써붙인곳에서김이무럭무럭나고있었다.
조개,굴,스프…
무작정내렸다.

입구바로옆에만두를지글지글굽는가게가있었다.
김밥,김치,그리고잘빠진조선오이도있었는데,세개가남아있었다.

맥도날드도없는곳에김밥이!
"우리시장한바퀴돌고나갈때사갈테니저오이,딴사람에게팔지마세요."
청년은오이를선반아래로내려놨다.

김이나는곳에서는삶은조개와굴을팔고있었다.
스프는진하고짰다.
나는조개삶은물에뜨거운물과스프를섞어마셨다.
"야,이렇게맛있는굴은생전첨먹어본다."
남편은조개만남겨두고굴을홀딱먹어치웠다.딸이다시사왔다.
통밀빵을사서스프에찍어먹고,만두도먹었다.

"아까맡긴오이주세요."
그새딴사람에게팔았다고했다.
입가심으로오이한개씩씻어먹고나면완벽한점심이되려니했는데…아쉬워하자
청년의어머니로보이는아주머니가나서더니당당하게,

"대신김밥으로사세요,세덩이는사야지요!"
그래서얼결에세덩이,여섯줄이나샀는데,

그김밥을로키산맥까지들고가서거기서버렸다.

마켓을나오자신열과오한은사라졌다.
"당신말대로우리서쪽으로돌아가자.가다가커피한잔사마시고,
태평양도보고,다른곳도보고…그래도저녁에는시애틀에도착할수있어."
남편이한껏인심을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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