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푸나무님은텃밭을말하면서,
"쓸쓸하지않으려고열심히가꾸는’관계라는텃밭’"이라고했다.
그래,
텃밭과나의관계는내쓸쓸함에서시작되었다.

외출했다돌아와차를세우면
바로위사진의꽃들이나를반긴다.
집안에는아무도반기는이없다는걸알고있는듯…
나도그앞에서한동안서서답례한다.

10년동안꽃을못피우던부겐벨라가
어느날가지끝에몇송이꽃을달기시작했다.
한국의어머니에게소식을전했다.
"엄마,부겐벨라가피었어요!"
"그래?그동안왜그렇게꽃을못피웠다니?"

안피던꽃이피고,
말라버린겨울화초에서한가닥새풀잎이살아나면
나는마치내몸이회춘한듯뿌듯하다.
그래서,
당근쥬스찌꺼기와유통기간지난비타민과영양제를들고나가
부겐벨라화분에파묻어주고
"영양제먹고꽃많이피거라!"당부한다.

우리동네는산동네라서바위투성이다.
거기다새들과벌레들이끊임없이모여들어
풀잎을흔들고유리창에부딫친다.
작은짐승들은물론뱀까지나오는자연교과서다.
그래서나는텃밭을못하고
대신화분에고추랑,토마토랑,깻잎을심어텃밭처럼모아놓는다.

한인가게에서고추모종을세그루사서
한개는화분에,두개는땅에심었다.
화분에심은것만고추가주렁주렁달렸다.
시험삼아땅에심어본고추는자꾸그믐달처럼꼬부라졌다.
왜그래?비아그라줘?
미안타,고추야.

방울토마토모종은화분에심었는데,
지금까지한12개쯤열렸을까?가지와잎만무성해진다.
그래도가끔씩꽃이피고
거기에열매가달리는걸보면그런데로가슴이설렌다.
토마토하얀꽃이진자리에
아기젖꼭지같은것이볼록하게생기기시작하는데
그때부터나는열매가익기를기다리며초조하게서성거린다.
소출이적은토마토는이런식으로내관심을끈다.

별볼일없는내텃밭도자꾸들어다보니
토마토어느가지쯤에열매가몇개달렸는지,
5센티짜리고추가몇개이고10센티짜리고추가몇개인지,
오늘의깻잎은쌈을싸먹을까,아니면
부추와섞어전을부칠까…
그런궁리속에텃밭과나는소박한관계를만들어놓는다.

텃밭은나의쓸쓸한마음을위로하면서
자기최선을다해자라고,꽃피고,열매맺어,
삶의경이로움을나에게안겨준다.
오래전아이들이자랄때,작게환호하고,미안해하고,또격려하던느낌.
어떤때는쪼그리고앉아하염없이보기만하는데,
신기한것은
아무리봐도고추,깻잎,토마토들이지루하지가않다는것이다.

그것들도이제점점걷어버릴때가가까워오는지
잎사귀가누래지고열매는찾아보기힘들다.

다시쓸쓸해진다.
그것들을거두고나면
나는또누구와어떤관계를맺고살아가야하나?

(정말뚱딴지같은소리인데,
박근혜씨는자기텃밭을보며지금쯤무슨생각을하고있을까?
대구야,콩심은데콩날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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