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고개 단칸방

박석고개단칸방에살던이야기를블로그에슬쩍비췄었는데
돌이켜보니그시절이마치픽션같아보인다.
거길와본사람이거의없고
그때일을내가별로떠버리지않았기에
친구들이나형제들조차도’얘가지금소설을쓰나?’할까봐
당시이야기를좀구체적으로하고싶어졌다.

나의신혼살림은
방이네개나있는번듯한주택에서시작했다.
어떻게그런집을장만했냐고?
당시신랑감이가진돈은100만원쯤이었는데
그걸로방세개짜리전세를얻어야한다고했다.
남동생과여동생을데리고살아야했기때문이다.
그래서
그는서울변두리를뒤지기시작했는데,
그돈으로는변두리지하실방외에는구할수가없었다.
"얘,지하실방은연탄가스가잘안빠져서사고가많이나잖니?
너희를그런곳에놔두고불안해서우리가어떻게다리뻗고자겠니?
아버지께말씀드려조금만도와달라고해봐라."
딸과사위의자존심을다치게할까봐친정어머니는눈치를보며말씀하셨다.

그래서융자를잔뜩안고국민주택이라는것을샀다.
방이네개였다.
안방은우리가썼고,시동생과시누이가각각하나씩쓰고
나머지방하나는세를줄까했는데,
시골에서중학교에다니던막내시누이까지전학을와버렸다.
풀하우스가되었다.

새벽4시에일어나도시락네개를싸야했다.

지하실로내려가수건으로코를막고방방이연탄불을갈았다.
그때는수돗물도하루에몇시간씩만나오는동네가많아서

수돗물이끊기기전에일을마치느라숨쉴새도없었다.
불쌍한고학생들을위하여야학에가서봉사하는시누이는
밤12시에들어와밥을먹었다.
나는대기하고있다가그밥상을차려주고치워야했다.
생전처음해보는일이지만,그래도
힘껏잘하면칭찬을듣겠지…기대했었다.
많이힘들면장롱속에감추어둔소주를반병씩마신후잠자리에들었다.

임신우울증이오기시작했다.
혼인선서란식모서약이아닌가?
평생그런삶을감당할자신이없어졌다.
가난.
결혼하기전에는가난을무슨낭만처럼생각해서
‘가난쯤이야!잘해보자,젊어고생은돈으로도못산다고했잖아?’
그러나

가난이문제가아니라가난한데아닌척하는것이문제였다.

멀리백련사가보이는장독대에앉아어느날나는생각했다.
"이집이나를삼켜버리겠구나…"
연탄까스맡을까봐염려가되서집을샀는데

일이많아그집에치어죽을것같은생각이들었다.

집가진것이하나도자랑스럽지가않고원수처럼여겨졌다.
그래서집을떠나기로마음먹었다.

집을팔아봤자남은돈은얼마없었다.다꾼것이었으니까…
그래서박석고개의단칸방으로이사를갔다.
시동생들은학교근처로가서자취를하고,
남편은잘다니던회사에갑자기사표를냈다.
모두들뭔가에화가잔뜩나있었는데
나는내인생에화가나있었지만
다른사람들은나에게화가나있었던것같다.

반년도안된신혼살림은뿔뿔이흩어지고
배는고팠고,임신복도필요했다.
그러나마음은담담했다.
얼마지나니까가난도슬며시익숙해지기시작했고,
사람들의관심이끊기자마음도아주편해졌다.
직장을관둔남편은백과사전세일즈맨으로나섰다.
첫아이해산하러친정에들어갈때까지거기서그렇게살았다.

(이미지는구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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