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10월은

지금은부엌창가의낙엽이제일좋다.
"낙엽이하루하루가달라져요."
조카가말했다.나는화들짝놀라며
‘정말,하루하루가!"
다르게늙어가고있구나,내가…

서두르지않는한결같은걸음으로
아직지쳐
쓰러지지못하는9월
이제는잊으며살아야할때
자신의뒷모습을정리하며
오랜바람
알알이영글어
뒤돌아보아도,보기좋은계절까지
-‘나의9월은’서정윤

이시를읽을때,내나이갓40이었다.
많이가난해서하루20시간씩일해야했던그때
이시를읽으며부르르떨었다.
나이40에뒷모습을정리해야한다고,다잊으며살아야한다고생각했던
나.

시인은,
40에도아직만나지못한반쪽을만나기를원하고있었지만("홀로서기"),
나는이미만난반쪽을,

한집에살면서도잘만나지못했다.
그는컴퓨터를돌리느라학교에서밤을샜고,
나는그가돌아올즈음의새벽에나가일하며
우리는같은나무이지만상사화처럼따로따로살았다.
나혼자꽃이피었다지면
그자리에그혼자잎이나고…
꽃과잎이한꺼번에살아본적이없는상사화처럼…

나무들의하늘이,하늘로
하늘로만뻗어가고
반백의노을을보며
나의9월은
하늘가슴깊숙이
젊은사랑을갈무리한다

‘나의9월은’서정윤

"미역국맛있게끓여놨는데,와서같이잡술래요?"
그때가저녁6시가다되었는데,나만미역국먹으러오라고?
"나도미역국잔뜩끓여놨어요.식구들밥해줘야지…"
그녀는
전날내가홍합을주며미역국끓이라고한것을잊어먹었나보다.
"그래요?그럼,아저씨랑저녁재미있게(맛있게가아니고)잡수세요.
혹시내생각나면건너오시구…"
미국남편이랑사는여자들은모든남편들을’아저씨’라고부른다.

그래서나도
"자기아저씨안계셔?"물었다.
"있어요."

저녁내내
덜컥들이닥친그녀의외로움이마음에걸렸다.
바쁘게산다고외롭지않은것이아님을나도알지.

그러나
내영혼은어떤모습으로영그나?
순간변하는
조화롭지못한얼굴이지만
한때열매를달고
보듬으며,누군가의
손길을기다리고있다

‘나의9월은’서정윤

40세내일기장속의9월,
20여년이지난오늘10월의끝에,
그쓸쓸했던나의젊음을상기하며
슬며시미소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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