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 맨

TV가열흘이넘게안나왔다.
평소TV를많이보는편은아니지만,
그래도혹시볼일생길때를대비해서고쳐놓으려고
케이블회사에전화를했다.

TV화면

자동응답기(answeringmachine)가받아서말하길,
"확인번호끝자리가맞으면1번을누르세요,
TV에문제가있으면1번을누르세요,
커넥션을체크했다면1번을누르세요…"
시키는대로11111…1번을한없이눌렀더니드디어기계가말하길,
’30분후에다시체크하세요’."

영국의록구릅"TheAnsweringMachine",기계가아니라사람이다.

30분후에체크하니,여전히안나왔다.
그래서다시전화를했다.
똑같은과정을수없이반복,분통이끓어오르기시작했다.
남편에게’당신이해결해봐!’

남편도별수없었다.
그래도남편은운좋게’사람’과통화를했는데
너무바빠서언제고치러나갈지알수가없다고했단다.
"니네들은농구도안보고뉴스도안보냐고해보지!"
"좌우지간자기네가바빠서약속못한데."
이무슨배짱?
내가받았으면혈압올라서쓰러졌을지도모르니까
죽지않아서그나마다행이라고생각하기로했다.
그러나,
언제까지TV를못본다는거야?

딸에게하소연했더니,
"그회사서비스가엉망이라는것소문났어요."
그렇다고케이블회사를바꿀수도없다.왜냐하면,
우리동네에는Comquest와Knology두개가있다는데,
개인은마음에드는회사를선택할권리가없다.

예를들면,
메아리네동네는무조건놀로지,루시네동네는무조건컴퀘스트,
이런식으로지역별로딱갈라서나눠먹기때문이다.

왜그런지나는모른다.

내생일이라고딸이서프라이즈로갑자기알라바마에왔다.
"뭐,휴가내고비행기까지타고올거있냐?"
말은그렇게했지만,
이런저런일이있던참에반가웠다.
그녀는내문제의해결사니까…
TV문제도그중에하나다.

딸이케이블회사에전화를했다.
처음에는내가했을때와다를바없었는데,
어찌어찌하더니응답기가아니라’인간’과통화를하게되어
약속날자를일요일오전8시로잡았다.그때밖에는없다니까.

약속한날아침7시쯤전화벨이울렸다.
케이블회사의자동응답기였다.
"약속을취소하시려면1번을누르십시오."
짜증이확났다.아니,온다고했으면올것이지,웬취소?
그래서수화기를놨다.

10시가넘어도안왔다.
두시간기다리다교회에가면서딸이다시전화를했다.
"엄마,기계가묻는말에모두답하고나면맨끝에,
‘서베이(설문조사)에응하겠냐’고물어요.그때
‘yes’라고해야그때서야사람이전화를받아요.
저도이번에알았어요."
그런데,

딸이통화하는걸가만히들어보니
다시약속잡기가하늘의별따기처럼어려운것같다.

딸에게서전화기를뺐었다.나는,
"우리지금예배보러들어가야합니다.얼른다음서비스약속을잡아주세요."
"당신이응답기의전화를안받아서오늘약속이취소되었습니다."
"여보세요,약속을하면나오면됐지,기술자는안오고왜응답기를보내는겁니까?"
"우리규정이그렇게되어있어요.확인을하고나가거든요."
"그런게있는지알지도못했어요.그럼,만일애들만있거나,전화를못받을사정이라면요?"
"그래도취소가됩니다."
"만일샤워를하고있다면요?"
"샤워실에전화기를갖고들어가세요."
"당신!사람이요,기계요?"

딸이다시전화를넘겨받아아주사무적으로말했다.
나는통신전문변호사다,
부모를대신해서전화한다.
지금전화받는사람이름은?담당자는?책임자는?
가장빨리서비스나올수있는날자는?
딸은통화하면서몇번이나
‘질문에답부터해주십시오’했다.

그래서이틀뒤로날자가잡혔다.

화요일,
기술자가와서집위아래로,안팍으로들락날락하더니
고쳐놨다.

밖에있는시설물이낡았다나?
그동안TV사용못한값으로20불크레딧을준다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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