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것이 사는 것

부활절에칸타타를했는데,
아주죽을쒔다.
피아노반주자가없어카라오케반주로했는데
노래와반주가따로놀아
기계와사람의불협화음을제대로보여준것이다.
노래방에갔으면아마50점도못받았을거다.

연습할때부터자꾸틀렸는데,지휘자는전혀고쳐주지를않았다.
"그부분에서여덟박자를기다려야해요."
보다못해누군가가지휘자에게말했는데도듣지않았다.
끝까지계속틀리게지휘하다가톡톡히망신을당했다.

내가성가대에들어간지도5년이넘었으니까,
그동안칸타타를10번이상했는데
한번도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파트별연습을안해봤다.
각자알아서부르다가틀렸다는것을깨달으면스스로교정하거나
아니면틀린그대로내버려둔다.
도대체지휘자,당신은뭐하는거야?

특이한것은,
성가대의어느누구도지휘자의이런태도를지적안한다는것이다.
성가대에는지휘자어머니도있고,아내도있고,
노래잘하는목사부인도있는데
그들조차도틀린것을못들은척한다.

그래서나혼자생각하길,
‘지휘자성격이별나서그런가?’
‘좀모자라나?’
‘무보수라서그런가?’

그래서인지
노래좀한다는사람들이들어오면몇달못버티고나가버린다.
들어가기는쉬운데,버티기가어려운성가대.

노래를망치고무대위에서있는심정,그것은
부끄러움,원망,후회,분노…뒤죽박죽이었다.
그때,
"크루시파이드(crucified)!"
하늘이꺼질듯한절규가들렸다.
예수님이못박혔어!

나는너무놀라서순간악보를떨어뜨릴뻔했다.

이칸타타는
드라마와노래를함께했다.
우리가망친노래바로다음에드라마가이어지는데
그내용은,
레이첼이라는여자가예수님을찾아다니는걸보고
군중속의한여자가알려주는장면이었다.
딱한마디.
"(이미)십자가에못박히셨어."

이역할을맡은수잔은
지난해에남편을잃고틴에이저딸과둘이살고있다.
비리비리마르더니지금은뼈만남았다.
성가대에서노래도부르고
드라마에서’군중’역할도하고있었는데그녀는마치
십자가에달려돌아가신예수님을직접본듯이
절망과비통의목소리로이한마디를내뱉은것이다.

수잔이신음하듯토해낸,
‘크루시파이드!’
눈물이주루룩흘러내안경에고였다.
목이메어다음노래를부를수있을까걱정이되었다.

부활의노래란
내자아를죽이고예수와함께다시살아나는기쁨을표현하는것이다.
몇개의틀린음표와박자에목숨과명예를거는것이아니라

루져(loser)가위너(winner)가되는감격의찬양.

모든순서가끝나면항상
칸타타에참여한사람들이복도에줄서서참석자들과악수를했는데
이번에는드라마팀만섰다.
노래잘했다고칭찬해주는사람도없었지만이해했다.
교회니까,거짓말하면안되지…

그래도
뻔뻔스럽게웃는얼굴로돌아다닐수있었던것은
성가연습할때마다불쑥불쑥내밀던내자아가

수잔의절규와함께예수님의십자가에못박혔는지

마음이홀가분해졌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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