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써머 와인

아들내외와DC안의이탈리안레스트랑에서만났다.
조명이은은했다.
"과일향이나는여름와인으로주세요."

와인은말로그럭저럭시켰는데,
식사를시키려고메뉴를펴니작은글자가잘보이지않았다.
할수없이메뉴를번쩍치켜들고환한불빛쪽으로향했다.
"얘,글자가잘안보여서그러는데여기는뭐가맛있니?"
아들은암말도안했다.

식당에가면남편은항상나더러음식을시켜달라고하고
나는아이들이있으면그들에게시켜달라고한다.
남편은뭐가뭔지몰라서그렇고,나는
그복잡한외국어를일일이따라잡기도귀찮고
아이들좋아하는것도알고싶고
무엇보다도,
돋보기를써도작은글자가잘안보이기때문이다.
(한국식당에가면한글이앞에있듯이이탈리안식당의메뉴도큰글자는이탈리안이다.

대개영어설명은작은글자로나온다.)

음식이나왔는데’라비올리’가내앞에놓였다.
나는칼국수처럼생긴페투치니를시켰는데만두같은라비올리였다.
순간어,이거내가시킨것아닌데…하다가꿀꺽참고대신
와인을벌컥마셨다.
아련한서글픔같은것이밀려왔다.

남편에게는송아지고기를시켜줬는데,
아주맛있게먹고있었다.
이탈리안식당에서도고기종류를시키면값이비싸지니까
나는대개무난한파스타를시키는데,
요즘엔그밀가루덩어리가내위에부담이된다.
그래서남편의고기를한쪽가져다먹었다.
맛있었다.

목이막혀와인을자꾸마셨다.
빵쪼가리도함께씹었다.
와인한병의양이별거는아니지만,
그중내가삼분의일쯤마신것같은데,근래에드믄많은양을마셨다.
눈이점점침침해지고
아들내외의얼굴도자꾸흐릿해졌다.
약간취기가돌자갈등이생기기시작했다.
무너져내려버릴까,말까…

무서운아들앞에서와인을마시며
자꾸흐릿해지는그의얼굴을보며
아들이잘알아듣지도못하는공허한한국말들을날리며
그렇게앉아있었다.

슬펐다.
그게나였다.
메뉴판을치켜들고
돋보기쓰고불빛을따라갈때부터
아들아,
나는네도움이필요해,라고외치고싶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