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

폴(Paul)과고르비(Gorby)라는말티즈강아지를길렀었다.

폴은캘리포니아로떠나는유학생이우리아들에게준것인데
2년쯤있다가백혈병으로죽었다.

구글에서

백혈병이어서그랬는지폴은항상기운이없었다.
아들을좋아하면서도매달리거나함께뛰어다니지를못했는데,
우리는그가아직어려서그런줄알았었다.
그래서,

아들은자기의스케이트보드에상자곽을묶어서거기다폴을태우고
자전거로끌고동네를몇바퀴씩돌며바람을쐬어주곤했다.

어느날남편이집에와보니폴이헉헉거리고있어동물병원에데리고갔는데

폴은거기서죽어동물병원동산에묻혔다.

요녀석도구글에서,고르비와닮았다.

그후,
아들은용돈을모아성탄절쯤다른말티즈를데려왔다.
수놈인데아주건강한녀석이었다.
이름을고르비라고지었다.
아들이대학으로떠날때까지둘이서는의붓자식들처럼내눈치를보며

서로끼고감싸고돌았다.

의붓자식이라함은,내가계모처럼고르비를구박했기때문이다.

아들은,

아침에학교갈때면강아지밥을그릇에가득쏟아부어주면서,
"굿덕(gooddog),굿덕,밥잘먹고놀아라!"하고나간다.
그러면나는아들자동차가사라지자마자얼른그밥을반쯤다시봉지에쏟아붓고
"많이먹으면똥많이싸,이놈아!"하며고르비를다용도실문고리에묶어두었다.
집안아무데나오줌똥을막싸기때문이다.

남의강아지인데도다용도실에묶어놨던고르비와아주닮았다.

텍사스살때는강아지를기를여유가없었다.그래서
강아지를데려온다고하면항상아이들에게다짐하기를,
토일렛트레이닝(toilettraining)과목욕을꼭시킬것.
그러나
세아이가서로미루는바람에강아지버릇을못가르쳤다.
그래서강아지는아무데나오줌똥을갈기기시작했다.
할수없이목욕은내가시키는데,오줌싸는버릇은고치기힘들었다.
내새끼들기저귀는어떻게떼게했는지알수가없다.

고르비는정말똑똑하고에너지가많은강아지였다.
몇년이지난뒤어느날,

우리가여행을가면서강아지를많이기르는친구집에맡겨놨는데
그집에서아침에모두마당에내어놓으면
강아지들끼리같이오줌싸고놀고먹고했다는데,

고르비는거기서지내면서신기하게오줌을가리기시작했다.
집에온후에도그버릇을지켰다.
그래서

아침에문열어주면나가서오줌싸고혼자놀다가들어오곤했다.

버릇잘들인강아지들과어울리니
우리강아지버릇도고쳐졌다.
그렇다면강아지몇마리라도기를것같았다.
그땐이미아이들도다집을나가고,
나도더이상죽어라일하지않고
강아지에게정을쏟을수있던형편이었던것이다.

그날아침에도고르비는오줌싸러나갔다.
한참있다가,
교회에가려고불렀는데보이지않았다.
아무리부르고돌아봐도없었다.

혹시앞집이집트사람네강아지인나세르에게놀러갔나싶어
돌아오겠지하고그냥나갔다.어떤때는놀다가차고로와서

문열어주길기다릴때도있었기때문이다.
잠시후돌아와보니여전히없었다.
마침남편이일찍왔기에찾아보라고하고다시외출했다.

저녁에돌아와보니
고르비는이미뒷동산에묻혀있었다.
들짐승에게뒷덜미가물린채죽어있는녀석을찾아내어
뒷산에묻어줬다고했다.
남편은두번이나혼자서강아지초상을치른것이다.

그때아이들은대학에있을때인데마침중간시험이라서
곧바로알리지않았다.충격받을것같아서다.

나중에연락받은아들은
인터넷의가상공간우주저쪽,
별들이찬란한애완동물무덤에고르비를묻고
추모시를지어올렸다.추모시에는
고르비와지냈던즐겁고행복했던시절을주욱적어놓았는데
지금도생각하면목이막힌다.

"엄마몰래내침대에올라와서비비고잤지…"
추모시에서도나는여전히계모였다.

아직까지도
그이별의기억이너무아파서인지
식구들아무도강아지기르자고선듯나서지를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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