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달, 무슨달…

추석에된장찌개나끓여먹고지내려했는데
영자씨가점심초대를했다.
항상음식이푸짐해서아무때나가고싶은집.

현관계단아래널려있는고추.
여기미국맞어?

미국남편과사는아내들이더한국적으로산다.
미국인남편은텃밭을만들어직접고추,상추도심고
한국배나무,대추,매실나무도오더해서심어준다.
사람사는냄새가풍긴다.

이음식좀봐!
언제송편까지만들었는지…

나더러식사기도를하라고했다.
"풍성한음식을주셔서감사합니다.
마음도넉넉하게되어사랑이흘러넘치게해주십시오."
누군가나더러아나운서목소리같다고했다.
스포츠중계하듯기도를했나?
아무래도맛있는음식이많으면기도도씩씩하게잘나온다.

영자씨는농장도있다.
거기에이것저것심어팔기도한다.
두주전에는붉은고추와햇배를샀었는데
홍고추로담은김치는정말시원하고달았다.

처음부터이들은남편과이렇게잘맞았을까?
"스테이크는한번에세쪽이상썰어놓고먹지마라…"
열여덟살에시집온신부,
"남편이그런에티켓부터가르쳐주더라구요.
그로부터40년을살았어요.아직도그는남부신사예요."
S의말이다.

영자씨남편은우리끼리흥겹게놀으라고
가라오케까지준비해놓고출근했다고한다.
그러나대낮이라음주가무는안했다.하하

저녁에또한팀이온다고하면서
고추전을더부친다고주인이베란다로나갔다.
나도따라나가부침개를해주는데,
"실란트로뜯어가실래요?"
저아래텃밭을가리켰다.내가실란트로좋아하는것을안다.
칼을들고내려가보니
텃밭위로대추나무가휘어지게대추가달려있었다.
하나를따먹어보니달았다.

"이대추한봉지만팔아요."
"그거말고저기’사과대추’로따가세요.그게더맛있어요."
사과만한대추가달려있었다.

직접땃으니5불만달라고했다.
남편학교갈때간식으로들려보내야지.

남편의고향시골집에는대추나무가있었다.
식구들모두가그대추나무를자랑했다.
그래도나는한알도못먹어봤는데

그건높으신어른들만따잡숫던대추…
왜시댁에있던것은다먹고싶을까?

대추한봉지가득따들고베란다로올라가는데문득쓸쓸해졌다.
풍요속의빈곤인가?

가슴에사랑이넘쳐흐르게해주십시오.

P.S.

식사기도를시키면서영자씨가물었다.

"무슨노래를부르고기도할까요?추석인데…"

"응?’달달무슨달쟁반같이둥근달…’그거할까?"

그랬더니정말영자씨가그노래를부르기시작했다.

우리모두는’달달무슨달…’을따라부르고기도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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