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점심 식사

"글세,타이어가터져서차가굴렀대요.

아프리카로선교갔다가달라스공항에서집으로돌아가는고속도로에서요…"
우리는
게전골파티에초대받아밥을먹고있었다.
우울한소식을전하는W는밥맛이없는눈치였다.

선교사부부와운전하던부목사가즉사했다고했다.

그녀는계속그얘기를했다.
아…너무가슴이답답해요…선교지에서돌아오는길이었다니까요…

왠지죄송해서밥을맛있게먹을수가없었다.
그렇다고맛없게먹을수도없었다.

어쩔꼬…
"죽고사는게다하나님손에달렸어…이가지무침되게맛있네!"
내가가지나물을한젓가락입에쳐넣으며우물거렸다.
"맛있어?그거내가한건데너무푹삶아졌어.전화받다가깜박했던거야."
"그래도맛있어요.전푹무른가지나물이좋아요."
"아…그목사님,잊을수가없어요.내가이혼하고너무힘들었을때…"
W는다시그텍사스목사님사고이야기로돌아갔다.

"그언니는의외로담담하데요."
"그러니까…세컨드오피니언받으러버밍햄(알라바마의과대학병원)으로간거야?"
"네.여기선대장암이라고했다는데…"
"어떻게알게되었데?정기대장암검사를했던거야?"
"아뇨,한일년전부터옆구리가좀아펐는데,대장암검사한지10년이안되어

보험이커버못해준다고해서그냥저냥지냈데요.그러다이번에자기돈내고검사했나봐요."
"아이…그러니까,아플땐무조건훼밀리닥터에게가서아프다고해야하는거야.
그래야검사해주지보험회사에서는절대로안해준다니까!"
몇주전에만났던미용사Y가대장암이라고했다.
더이상맛있게밥을먹기는글렀다.

그래도

나는전골속에있는배추를건져다가밥위에놓고입을쩍벌리고먹었다.
"맛있다!그런데말야…"

나는고개를숙이고말했다.

"그런소리들으면너무우울해져…"

다른아줌마들이일제히소리질렀다.
"우리화제를바꾸자!"

"그래,언니,어떻게미국에왔어?"
"내야그는소설한권은될거여…"

"나도…"

"난말여,남편이암으로죽고나서시댁에5년더살았는데독하게시집살이했어."
"난그런건몰라.시골이었지만공주처럼살았어."
"????"

죽음의공포에서풀려나기위해나도뭔가스토리를풀어놔야했다.

"나도시집살이좀했는데,시누이빤쓰까지빨아줬지."

"그런데,이잎사귀는뭐야?"

쌈이들어있는그릇에서예쁜잎사귀를하나들어올렸다.

"쌈추래.세가지맛이난다는쌈인데씨를사다가뿌렸어."

농장주인영자씨의설명이다.
"그런데Y는고기를너무좋아하드라…떡도무척좋아하고…채소는잘안먹었잖아."
밥을자주먹는사람들끼리는누가왜병이났는지도진단가능.
또다시병걸린얘기로돌아온다.

주인의전화벨이울렸다.
"K가케모(항암치료)시작했데.그동안안받고버텼는데…"
"그여자,몇년전에유방암이었는데이번에암이폐로돌아온거야."
내눈치를슬금슬금보면서얘기한다.
"그래도얼마전까지Gym에나와서운동열심히했는데,그때내가곰국을끓여다줬거든.

다른건못삼키고곰국은마실수있으니까잘먹겠다고하더라구.집에가보니남편이집도

얼마나반짝반짝하게해놓고사는지몰요."
참별난남편…그런생각을잠시했다.

"그래서,어떻게그시집살이에서탈출했어?아니,지금남편만난얘기나좀해봐."
"시아버지가참잘해주셨어.

시누이,시동생들이반찬다먹어치울까봐내가밥상에앉을때까지밥못먹게하는거야.

가끔씩생선조각도내밥그릇에건네주시고…"
"그러니까…그힘든시집살이도견딘거야…그런데어떻게나왔냐고?"
"어느날,내가시아버지께말씀드렸지.

‘아버님,저에게약간의돈이있으니이부뚜막을입식으로고치고살면안될까요?’
그랬더니시아버지말씀이

‘네가딴생각을하기시작하는구나…그럴려면나가살아라.’하시더라구."

조용히앉아있던R이갑자기말했다.

"난,말예요,죽는것,그리겁나지않아요.천국가잖아요!"
그래서

우리는모두는또다시죽음으로돌아왔다.

아무도아무말도안했다.그래서할수없이내가,
"나도천국가는거는좋은데,죽기전에고통스러운것은겁나."
"나도!그냥자다가죽었으면좋겠어!"
"난이세상이천국이었다가지옥이었다가해."

그래서

Y는아들둘을데리고시집에서나왔다.
쌀한톨도안주더라고했다.
그러다가소개로미국인남자를만나미국에왔다.
"그러니까,영광의탈출이네!"
"맞아요.하나님이탈출시켜주셨어요.간절히기도한그대로…"
그녀는아들둘이다잘자라서효도하는얘기를했다.
덕분에우리는죽음과천당에관한이야기를잠간피했다.
이상한점심식사.

"예수님도돌아가셨는데…"
이사실에대한모든신학적관점을이해하고

죽음도겁내지않기에는당장우리가너무부족하다.

차라리

베토벤음악을들으며위대한베토벤도죽었구나…하는게

쉽게위로가된다.

죽어도겁나지않을만큼가고싶은천국을그리는R.

거기서

그녀는먼저세상을떠난아들을만날소망이있나보다.

그렇다면나도거기서만날사람이있기는있다.

그리고

언젠가나도거길가긴가야겠으니그방법을다시생각해본다.
"나는길이요,진리요,생명이니나를통하지않고는
(천국에계신)아버지에게갈사람은아무도없느니라"(요한복음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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