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맛

"앞산단풍은구시월에들구요,
이내가슴단풍은시시때때로드네요."
노래는이렇지만,
그래도가을은정말풍성한계절입니다.

알라바마의장날이냐구요?

우리집차고에쌓아놓은’가을열매’입니다.
올해는영자씨네농장에발을들여놓은죄(?)로
가을맛을보느라정신이없습니다.

밤나무를흔들다가영자씨가어깨에담이들어
한의원에가서침맞고마사지도받았다네요.
저는맨손으로주어서밤을얼마못건졌어요.
위의사진처럼특수장갑(?)을끼고특수신발을신고
밤송이를막깔아뭉개고벌려야합니다.하하

머스커다인포도도마찬가지입니다.
이포도는한송이씩따는것이아니라한알씩따더군요.
크고노랗고말랑거리는것이잘익은것이라고해서
그런걸찾다보니다른사람들에비해아주조금밖에못땄습니다.
제눈에는제대로크지도못하고익지도못한포도가
대롱대롱매달려있는것만보이더라구요.

아무튼,
다른아줌마들에비해너무초라한제바구니를보더니
농장주인영자씨가자기것을확쏟아내것에부어줍니다.
"벤조씨는너무느려서농사못짓겄네!"
"아냐,느려서가아니라궁리가너무많아서그래요.이걸딸까,말까망설이는…"

고구마순도따보고

사실,
농장에는바람쐬러나갔었습니다.그런데가보니
"실컷따가세요!"합니다.
이말은너무무정합니다.과일이나농작물이나저에게도무정합니다.

욕심과능력사이에서방황하게하니까요.
그리고동행들의욕심이적나라하게들어나그걸보는것도괴롭습니다.

생전처음대추도말려보고…

제가아무리많이따와도우리식구가먹을양은정해져있습니다.
예를들어,
배한봉지를따면매일배만깎아먹어야합니다.
다른과일을즐길여유가없습니다.
포도한봉지를사도마찬가지입니다.
다른사람들과나눠먹기전에는’싸고많고좋은것’도너무부담이됩니다.

상품가치가없는작은배를한봉지줘서PearSpread를만들었습니다.

제가이러니다른사람에게도뭉터기로사란말을못합니다.
고구마처럼오래놔두고먹는것이라면몰라도
무청처럼삶거나말려먹는것(이것도손이많이가요)이라면몰라도
요즘같이핵가족인세상엔싸고많은것을사라고권하기가뭐합니다.
그렇다고뭘만들어서주기는더더욱힘이듭니다.

홍고추를일년먹을만치샀나봐요.갈아서김치를담금니다.

무청한박스에서연한것으로는김치를담그고…

영자씨가드디어
무밭을통째로어디에기증할까,궁리중인모양입니다.
너무힘이들어어찌할수가없다네요.
누가가서직접뽑아,트럭으로실어가는조건으로거저준답니다.
개인적으로팔러다니는것도쉬운일이아닌것같아요.
거기다직접농사일을한다는건그고생,말할것도없구요.

영자씨네쌈추를이쁜그릇에담아친구가사진을찍어보냈습니다.

쌈추라는걸처음보니까신기해서몇장나눠먹었지요.

지금도한인마켓에가면깻잎열장에묶음을1불씩주고사먹어야합니다.
그럼에도불구하고사람들은
아는사람의농장에서나오는것은거저먹으려합니다.
말도많고,탈도많지요.
농사짓는일도어렵지만,장사는더어려운것같습니다.
자신이땀흘려일군농작물을공짜로먹으려는사람들때문에마음이상해서
영자씨는기운까지빠지는눈치입니다.

제가담근김치,한인가게에서는한병에15불입니다.

요즘은한인마켓이나미국그로서리나
뭐산것도없이20-30불후딱나옵니다.
꼭두부와콩나물만살거다,
꼭우유와계란만살거다,하고들어가면후딱20불이넘습니다.

20불?그거요즘엔정말껌값이지요.

무청과늙은호박을섞어만든호박김치

나중에멸치넣고지저먹으면끝내줍니다.

영자씨에게무청한박스,단감한봉지(10개)를사면20불입니다.
너무많아서무거워서못들어요.하하

그걸로김치도담그고무청을삶아된장국을끓입니다.

이건우리집저녁식사.친구를불러알밥스페샬을했습니다.

영자씨가준고추전도보입니다.

물건을사러가면영자씨는팔아줘서고맙다고개평도줍니다.
우선아줌마들에게푸짐히점심식사대접을합니다.
아줌마들에게배가터지게보리밥과시레기국을먹이고나서
자기집에서뜯어온쌈추와야채전도주고
어제는송편도쪄서주고사골시레기국도한냄비줬습니다.

그인정에끌려자꾸가고싶습니다.

무청시레기국을끓여저녁을먹으면서
도시에사는모든사람들을위해기도합니다.
알라바마시골할매는이렇게가을을잘보내고있는데

여러분들도잘보내시라구요.

살좀쪄도너무걱정마시고,

곰처럼좋은가을먹거리많이잡수시고동면준비하시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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