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2)

도착한 날 저녁에 원이 엄마가 호텔로 찾아왔다.

두바이 한인회를 통해서 전화번호를 알아 연락이 되었는데

30년 만의 통화에도 전혀 낮설지가 않았었다.

만나자 우리는 소녀들처럼 껴앉고 소리를 질러댔다.

‘하나도 안변했네! 그대로야, 그대로!’

기분 좋은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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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이엄마는 구 도시 데이라에 살고 있었다.

삼십년 전에 우리와 살던 이웃 중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가족이다.

신 다운타운은 별로 나올 일도 없고 길이 복잡해서 잘 안나온다고 했다.

운전하는 원이아빠는 우리가 수다를 떨면 길을 좀 봐달라고 야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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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집 앞에 차를 댔다.

옛날 두바이의 4월말은 더웠는데 지금은 하나도 안 덥네?

사람들이 테라스에 나와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날씨 좋다! 여기 두바이 맞아요?”

“요즘은 가끔씩 비도 와요.”

세계적인 이상 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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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와 우동을 시켰는데 오랫만에 먹는 일식이라서 그런지 맛있었다.

이 생선은 어디서 올까?

두바이는 바닷가 도시라서 생선이 아쉽지는 않다고 했다. 하긴, 전에도 그랬다.

요즘은 채소 농사도 짓는다고.

후식은 골프장 클럽하우스로 가서 먹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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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골프장!

우리가 살던 그 시절에도 골프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막 모래위에 나이롱 매트를 놓고 골프를 쳤었다.

지금은 진짜 잔디와 나무가 있는 멋진 골프장이 몇개 있다고.

“회비가 얼마예요?”

“삼만불쯤.”

“어머, 우린 천오백불인데. . .”

 알라바마의 골프장을 생각하며 골프치기에 게을렀던 것을 약간 반성했다.

“여기 스키장도 생겼어요.”

“뉴스에서 봤어요.”

키르기즈의 눈 덮인 산과 그 골짜기의  천연 스키장을 생각해본다.

사막에서 치는 골프와 사막에서 타는 스키는 얼마나 재미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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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뭘 하세요?”

“오전에 거래상을 한바퀴 돌고, 골프도 치고…”

크릭의 물냄새가 풍겨오는 테라스에 앉아 두바이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늙고 두바이는 젊어졌다.

이제 어디로 가서 생의 마지막 터전을 잡을 것인가?

우리의 이야기는 그렇게 흘러갔다.

4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5월 6일 at 1:58 오전

    세상에 그렇게 오랫만에 만났어도 얘기꺼리가
    많았나 봅니다.
    저는 두바이는 안가봤지만 많이 변했나봐요.
    허리수술하고 걷기 편해지면 벤조님 생각하면서
    두바이나 가볼까?

    고마워요. 용기줘서.

    • 벤조

      2016년 5월 6일 at 12:40 오후

      아이 낳고 미역국 끓여주고 학교 보내고…그럴때 함께 살았거든요.
      두바이에 가셔서 젊은 기운 잔뜩 받으시고 힐링하세요.^^

  2. 참나무.

    2016년 5월 6일 at 5:36 오전

    두바이. 공항에만 들러봤는데…

    생의 마지막 터전 결정되면 포스팅해 주세요
    우리는 모두 어디로 훌러가고 있을까요

    • 벤조

      2016년 5월 9일 at 8:16 오후

      넵! 알려드리겠습니다.
      현재로서는 이 댓글이 언제 달리려나? 그게 궁금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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