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편식

나는스스로식도락가임을자처하며음식에관한한검증되지않은음식은잘먹지않는다.

TV나신문,인터넷에서소문난맛집이라고대서특필해도잘믿지않는다.그러다보니늘익숙한음식만먹게되고,여간해선새로운메뉴가늘질않는다.

3,40대에업무관계로많은출장을다녔고,’조선팔도를메주밟듯이’다녔지만출장가서도식사는가본집만다녔으니편식이이만저만아니다.

그래도요즘은인생을살아온연륜이있는지라어지간한음식은군소리없이잘먹지만,딱한가지보리밥만은아직도입에대질않는다.그래서’지룩~한’보리밥을좋아하는집사람의불만이많다.

그렇지만다른건양보해도절대보리밥만은양보하지않고오늘까지버티고있다.가족들의따가운눈총을받으면서.

까다로운내식성때문에…

서론이길어졌다.

나는고전음악을들으면서도심한편식현상을일으키고있다.고전음악에빠져든지50년이되었는데도지금까지옛날그때좋아했던작곡가나연주자의틀을크게벗어나지못하고있다.

지금도20세기중반이후의현대음악은아예들으려하지도않고간혹FM채널에서나오더라도사정없이돌려버린다.

내지론은음악은무조건듣는사람이들어서즐거워야하고아름다워야한다는것이다.

작곡가로서생명보다더소중한청각을잃었다는절망가운데’하일리켄슈타트의유서’를쓴베토벤이5번’운명교향곡’을작곡했지만,그고뇌는절절하게듣는이들의심금을울리며동화시키고있다.결코자신의고뇌를쥐어짜듯이어렵게전달하지않고결국은환희와승리의팡파레속에큰감명을주고있는것이다.

그러나현대음악은불규칙적이고비정상적인것이마치수준높은작품인양포장되고,난해하고범접할수없는작품성을지녀야제대로된작품으로분류되는모양이다.꼭그래야만현대음악일까?

보통사람들이쉽게공유할수없는고답적인음악은결국외면당할수밖에없을것이다.

작곡자자신의절망과좌절을고전파나낭만파작곡가들은또다른아름다움과감동으로우리들에게전하고있다.

내가참좋아하는슈베르트의피아노3중주곡2번2악장을들어보라.

그곡을들으면서른한살의나이에인생을마감하고싶지않는그의피맺힌하소연이들려오는듯하다.첼로의나지막한중얼거림은바로슈벨트자신의억울하고안타까운심정을드러내고있다.그피맺힌절규도이처럼쉽게듣는이의가슴속을파고드는것이다.이것이음악인것이다.

음악은이처럼꼭어렵고난해해서좋은것은절대아니라는게나의생각이다.

이런편식은연주자들에게서더확연하게드러난다.지금도나의연주자들에대한고정관념은변함이없다.

베토벤의교향곡은푸르트벤글러나토스카니니,발터와카라얀에서맴돌고있다.

역시베토벤의피아노소나타는캠프여야하고,모차르트의피아노소나타는해블러나바렌보임이어야한다.

바흐의바이올린을위한파르티타와소나타는메뉴힌이나그뤼미요여야하며,골드베르그변주곡은글렌굴더가연주한것만을고집하며듣고있다.

그러다보니씨디를사더라도모노녹음에다잡소리까지나는것들을즐겨찾게되고,하이페츠,아이작스턴,루빈슈타인이연주한것들만잔뜩사모으게되었다.

성악곡은편식이더심하다.카루소,질리,타리아비니,비욜링,스테파노같은골동품(?)에심취하다보니요즘성악가들은접하질못하고있고,아예들어볼생각조차없다.

여자도마찬가지.칼라스나슈발츠코프,로스앙헬레스를좋아하니요즘유명한여류성악가는이름조차잘모른다.

이처럼나의음악편식은중병(?)을앓고있다.

그러나그병을고치고싶지않은것이내맘인데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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