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성지(暗黑城址)’를 그리며

오늘’가야밀면’을먹었다.

퇴근길에집사람과함께신촌로터리부근밀면집에서오랜만에밀면을먹었다.

서울에서먹는밀면이라본토맛이날리없겠지만,그래도집사람은’가다꾸리’가더들어가야지물렁물렁해서맛이그렇다고궁시렁거린다.

그런대로잘먹고나오는데어두워지는길거리를보니갑자기젊은날거닐었던깜깜한남강변남성동길이생각난다.

참오래전일이다.

1973년여름이었으니40여년전이다.

그때나는경남일보에근무했는데,1972년가을부터팔자에없는공무원이되어상경한1974년봄까지1년반정도기자로일했다.

처음6개월은편집부에서교정을보다가73년봄부터시청출입을했었다.

주로문화공보실에서나오는기사자료를보고시정소식을알리는정도였고,가끔은시민들의민원도기사화해서중앙지주재기자들에게좋은기사꺼리를제공하기도했다.

한번은진주성지가너무깜깜하여우범지역화되어간다는제보가있었다.

윗선에보고했더니직접답사해보고기사를만들라는것이었다.

그날저녁을먹고는해질녘촉석루부터시작해서남성동일대를한바퀴돌았다.

당시만해도진주성지정화사업을하기전이어서성벽을따라서장대에이르는남강변남성동지역은사람이살고있었다.언덕위에우뚝선영남포정사밑으로쭉내려오면진주세무서도있었고그입구에는옥천다방이이층에있었다.

가로등이거의없는골목길을따라이골목,저골목을누볐다.불빛이라곤가정집에서창문틈으로새어나오는게전부였고누가옆에서튀어나와도전혀알지못할암흑천지였다.

잔뜩긴장하고걷는데어디선가낭랑하게글읽는소리가들려그나마위안이되었다.

다닥다닥붙은집들은우리네소시민의모습그것이었고,간간히들려오는웃음소리,애기가칭얼대는소리는사람사는냄새를물씬풍기는우리들의자화상이었다.

다음날기사를써서냈더니고인이되신이상지편집국장께서교정대지를보시고’암흑성지’라는제목을달았다.

기사는그날짜사회면머릿기사로올려져시중에화제가되기도했다.

그덕분에남성동골목길이다소밝아졌다는소리를들었다.

그때그암흑성지가지금은추억이되어머릿속을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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