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는 선생님 한 분

요즘선생님들의모양이말이아니다.

신문을보면,학생들에게얻어맞는일은셀수도없고학부모들에까지폭행을당하는가하면심지어학생들이무서워생활지도는아예뒷전이란얘기다.

‘스승의고귀한자리’가왜이렇게추락했는가.

한마디로오늘의선생님들을진흙탕에빠트린장본인은바로선생님들자신이라고본다.

예전엔’스승의그림자도비껴간다’고했는데,이꼴이된것은’스승’이되기를포기하고스스로’노동자’로나선바로당신들책임이란것이다.

입만뻥긋하면’참교육’을부르짖는사람들이걸핏하면데모나하고교장에게삿대질을일삼고왜곡된역사관으로순진무구한어린생명들에게조국에대한적개심이나부추기고있으니어찌학생들이선생을스승으로대접하겠는가.

아직도올곧은스승으로바른길을가고있는선생님들도많겠지만,일부스승이기를포기한얼치기선생들때문에훌륭한선생님들까지도맷금으로욕을먹고있는것이다.

내가중,고교를다닐땐선생님을존경했고무엇이든선생님의말씀은옳은것으로믿었다.

더러기합을받거나인간적으로모멸감을당하는일이있어도선생님이니까당연한것으로생각했다.

그때도학급내에주먹패가있어서선생님이불러내주먹이나출석부로후려치면씨~하고피하거나도망치긴해도반항하거나맞받아치진않았다.

중학교때의일이다.

수업시간에들어온선생님에게누군가선생님을비하하는흉내를냈다.선생님은웃저고리를벗더니그애를불러내서때리는데거의10분여를말그대로’어육’을만드는것이었다.

우린쥐죽은듯침묵을지켰지만저건좀심하다고다들생각했다.

그러나그뿐아무일도일어나지않았다.요즘같았으면119구급차에파출소순경까지출동했겠지.

그만큼당시의교권은당당했고위엄이있었다.

심지어이런일도있었다.

역시중학교1학년때였다.운동장에서체육수업을받고있는데한켠에서대여섯명이오리걸음으로기합을받고있었다.그런데꼴을보니윗도리교복은그대로인데아랫도리는홀랑벗고있는것이다.

당시1학년영어선생님중에별난분이있었는데기합을줄땐이런식으로골탕을먹였다.

생각해보라.아마요즘같았으면성추행으로난리가났을것이다.

내가오늘생각나서소개하는선생님한분은고등학교시절의국어선생님이시다.

이선생님은수업시간에잘웃지도않고무척무뚝뚝한분이셨는데성격은꽤나깐깐했다.

지도부를맡아방과후교외지도를했고주로극장에학생들을잡으러다니셨다.

그때는학생들이학교에서보여주는영화가아니면볼수가없었다.그래서보고싶은영화가있으면사복을하고몰래숨어서봤다.

한번은토요일에영화를보러촉석공원밑의시공관(후에제일극장)엘갔다.영화가끝나고휴식시간이되어못본앞부분을보려고지도부단속선생님을피해옥상베란다에숨어있었다.

휴식시간이끝나기를기다리는데문이열리더니선생님이쓱들어오는것이아닌가.

선생님은안절부절못하는나를쳐다보더니아무런말도없이나가버리는것이었다.

당시만해도극장에서잡히면일주일정학이어서하늘이노래지는걸느끼며집으로돌아올수밖에없었다.

주말이지나고월요일에등교했는데하필그날첫수업이국어시간이었다.

선생님이들어오는데도고개를바로들수가없어수업시간내내책상만쳐다보고있었다.

수업이끝나고속으로이제교무실에서오라고연락이오겠지하고기다렸다.그러나하교할때까지아무연락이없었다.결국선생님은나를한번봐주신것이다.

졸업할때까지선생님께고맙다는인사를드리지못하고헤어졌다.

선생님은그후진주교대로옮기셨고,얼마전어떤분의블로그에서선생님이고인이되셨다는소식을들었다.가슴한구석이시렸다.

바로김영실선생님이시다.

선생님,고맙습니다.편히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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