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이 돼지고기 맛을 알아?

1950년대내가살았던옥봉남동은진주시에서도변두리에속한다.

그곳은남강과가까왔고,’독골’로통하는뒤벼리와도지척이었다.

또’초전’으로넘어가는말티고개도,공동묘지가있던선학재와도가까왔다.

당시아버님이동네반장을맡아반상회라도있는날이면고생께나했었다.20여호집집마다찾아가서반상회를알리느라발품꽤나팔았기에.ㅎㅎㅎ

동네가작고살림살이가빤하다보니모두들가족같이지냈다.

잔치음식이나제삿밥도갈라먹었고,말썽꾸러기가있으면누구집자식이건동네어른들이혼쭐을낼정도였다.

벌써60여년이지났건만기억에생생한건’돼지를잡는날’이었다.

혼인잔치가있다거나초상이났을때는틀림없이돼지를잡았다.

꼭길흉사가아니더라도한여름이면몇집이어울러돼지를잡아보양식으로나누어먹기도했다.

아침부터꿀꿀거리는돼지소리를들으면’오늘동네가좀시끄럽겠구나’하고짐작할정도였다.

흔히쓰는말에’돼지목(멱)따는소리’가있다.말그대로돼지멱을딸때의울음소리는대단했다.

거의5분이상그숨넘어가는소리로온동네가질펀했다.그렇지만역설적이지만’오늘저녁돼지고기좀얻어먹겠구나’하는기대감을갖게하기도했다.

우선돼지목을따고받은선지피는그릇에잘받았다가순대를만들었다.

내가어릴적먹었던돼지순대는돼지창자에선지피만넣어만든것이었다.

선지피만넣은순대는굉장히고소했고담백했다.

돼지고기는반드시삶아서먹었다.

그때는돼지고기를삶아먹는것이관행이었고,구워먹는것은쇠고기불고기뿐이었다.

돼지고기를구워먹는것은70년대에서울와서보았다.

가끔일본방송에서오키나와장수마을할머니들이돼지고기삶은것을즐겨먹는걸보았다.

내어릴적에도그랬다.요즘도농어촌지역의노인들이돼지고기를삶아먹는것을TV에서보았다.

돼지고기보양식의주된요리는살코기와내장등속을채소(우거지),대파,마늘,풋고추와함께탕을해서먹는것이다.애호박과방앗잎도함께넣었다.

육수에된장을풀고소금간을했는데,요즘의돼지국밥과비슷했다.

뜨거운탕에밥을말아한숟갈뜨면돼지냄새가났지만먹거리가귀했던시절이라군소리없이먹었다.

이탕은대개밥과먹었는데,당시진주재래시장에선밥대신탕에국수를말아주기도했다.

의외로맛이좋았던걸로기억된다.

삶은돼지고기를제대로먹으려면반드시소금에찍어먹어야제맛을즐길수가있다.

선지피만넣은순대도소금에찍어먹었다.

요즘은새우젓에된장으로쌈을싸서먹는데,소금으로먹는게훨씬담백하고고기의맛을제대로느낄수있다.

소금이아니면된장에고추장을섞은막장으로대신했다.

간혹잘익은배추김치에싸서먹었는데그맛도일품이었다.

복(伏)중에보양식을생각하다가옛날생각에잠깐잠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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