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앞에 드러낸 인간 본색

어제는하루종일태풍이온다고난리더니오늘은언제태풍이왔냐는듯하늘이말끔이개었다.

그래도이름값을한답시고우리땅이곳저곳을할퀴고지나갔지만,’볼라벤’은’마른태풍’이어서그나마피해정도가작아서다행이라고한다.

사상자도많이나고,농작물과수산물이큰피해를입었다니하루빨리복구되어이재민들의얼굴에수심이가셨으면한다.

태풍’볼라벤’이우리땅에상륙하면서벌어진여러모습들은쓴웃음을자아내게했다.

먼저따지고싶은것은TV의지나친경각심조장이다.

물론재난을예방하기위해온종일입체적인방송을진행한것은좋았다.그런데방송진행자,특히현장에서(거의바다나강이었지만)상황을전달하는리포터들이너무호들갑을떨어가뜩이나긴장하고있는국민들에게필요이상의공포심을주었다.

거친파도가일고강풍이몰아치는걸실감있게연기라도하려는듯비틀거리기도하고물에빠져구조를요청하는투의다급한목소리는아무리좋게생각해도도가지나친것같다.

여기서한술더떠바닷가고층아파트의유리창에테이프를X자로붙인걸반복해보여주면서태풍으로마치모든아파트의창들이절단이라도날것같은극심한우려감을유발시켜마트의테이프가바닥나게하는위력을보여주었다.

뿐만아니라정전과가스공급의단절이라는최악의상황을거듭강조하여양초와휴대용가스의사재기까지부추겼으니가히내수불황에소비진작의첨단병노릇을톡톡히한셈이다.

이것이재난예방을위한방송의진정한모습일까.

방송이호들갑을떠니트위턴가뭔가를통해태풍으로기간시설들이거덜나연말까지복구가어렵다는등의유언비어까지유포되어가뜩이나흉흉한민심을들쑤셔놓기까지했다.

이런유언비어는필시대한민국의안위를위협하는세력들이벌인짓일터이니공영방송이자칫이들의노략질에둘러리라도선게아닌지씁쓸하다.

우리집이라고예외일수없다.

지나치게조심성이많은아내는태풍이오기전날부터안절부절이었다.

8월마지막주간에모처럼휴가를내어9월부터해야할일들을준비해야하는내게창문에신문지를붙이자고안달이다.

나는꿈쩍도하지않았다.TV에서보여주는아파트는바닷가의고층아파트이므로그래야겠지만,서울시내아파트의3층은그것과다르니하지말자고했다.

아내는조바심을부렸지만결국내가이겼다.

이번에는딸애가전화를하여인근대형매장에갔더니테이프며양초,라면에생수까지싹쓸이를해가더라며우리더러뭣하고있냐며야단이다.

누가그따위짓꺼리를하더냐며절대그런일없을것이니쓸데없는짓하지말라고일갈했다.

그틈에아내는김포사는아들에게전화하여내일아침은강풍이불어88도로가위험하니아침7시이전에출근하라고다그친다.그리고아들네아파트창문에도신문지를붙이라고하는데아들이괜찮다고하는지소리를높여니아버지하고똑같다며나무란다.

아들은다음날아침8시가되기전에회사에출근했다고전화해왔다.

태풍이오는날은새벽부터TV를켜놓고촉각을곤두세웠다.

물론집밖으로나가지도못하고TV에서나오는다급한목소리를들으며하루를보내야만했다.

덕분에세브란스병원의예약된진료조차다음주로연기해야만했다.

우리집에서병원까지마을버스로세정거장만가면되는데도외출을못하게했다.그것마저아내의부탁을거절할수없어그대로했다.

강풍은불었지만예상보다작은상처를남기고태풍은갔다.다행이다.

그렇지만뒤따라’덴빈’이란태풍이또온다는소식이다.

재난예방은좋지만필요이상의주의나가상적인최악의상황을자극적으로예보하는것은삼가하여국민들의심리를피해망상으로만들지말았으면한다.

재난예보도위험지역과그렇지않은곳을구분하여안내해주면어떨까.

온나라를도맷금으로위험지역화하여불필요한낭비가없도록했으면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말이생각나는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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