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를 닮은 시인

박인환(朴寅煥)이란시인이있습니다.

1926년강원도인제에서태어나1956년작고했으니우리나라나이로치면서른한살이지요.

슈베르트도서른한살(이건서양나이-사실은슈베르트가한살더많습니다)에세상을떠났으니어떻든동갑에천국으로갔습니다.

듣기로,박시인은생전에술을무척좋아했다는데슈베르트역시마찬가지였겠지요.

직접보진못했지만평생친구들과어울려다녔으니뻔한일이거든요.

슈베르트는모차르트만큼은아니지만즉석작곡의대가였지요.

1815년18세나이에괴테의시를읽고단숨에’마왕(Erlk"onig,D328)’을작곡했으니까요.

박인환시인역시명동대폿집에서친구들과술을마시다가즉석에서쓴시가’지금그사람의이름은잊었지만/그의눈동자입술은/내가슴에있어.’로시작되는’세월이가면’이었지요.

어째비슷하단생각안드나요?

참,아닌것도있네요.

시인은가족이있었지만,음악가는외톨이었지요.

가을의문턱에서박인환의시’가을의유혹’을함께감상하고싶습니다.

가을은내마음에

유혹의길을가리킨다

숙녀들과바람의이야기를하면

가을은다정한피리를불면서

회상의풍경을지나가는것이다.

전쟁이길게머무른서울의노대(露臺)에서

나는모딜리아니의화첩을뒤적거리며

정막한하나의생애의한시름을

찾아보는것이다.

그러한순간

가을은청춘의그림자처럼또는

낙엽모양나의발목을끌고

즐겁고어두운사념의세계로가는것이다.

즐겁고어두운가을의이야기를할때

목메인소리로나는사랑의말을한다.

그것은폐원(廢園)에있던벤치에앉아

고갈된분수를바라보며

지금은죽은소녀의팔목을잡던것과같이

쓸쓸한옛날의일이며

여름은느리고인생은가고

가을은또다시오는것이다.

회색양복과목관악기는어울리지않는다

그저목을늘어뜨리고

눈을감으면

가을의유혹은나로하여금잊을수없는

사랑의사람으로한다

눈물젖은눈동자로앞을바라보면

인간이매몰될낙엽이

바람에날리어나의주변을휘돌고있다.

슈베르트의가곡이생각나는밤입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