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아버지

고교동창A로부터전화가왔다.

혹시B에게서전화가오지않았냐고물었다.

왔다고대답하자잡지구독하라는전화였더냐고묻는다.

그렇다고하자나(A)도전화받고1년치구독신청했다며한숨짓는다.

나도1년치구독신청했다고말했다.

B는명문K대를나와다섯손가락안에꼽히는대기업에서고위급임원을지냈다.

B는부하직원의잘못으로빚어진어떤사건에책임을지고옷을벗었다.

그렇게까지할필요가있느냐며잘아는친구들이말렸고,회사에서도옷을벗길생각까지는없었다고한다.

그런데도B는굳이옷을벗었다.

다른곳에서도자리를마련하겠다는제의가있었다면서-.

그러나세상은그렇게만만치않았다.

자리를제의했던회사들도외면했고,나중엔중소기업에까지몸을낮췄지만소득이없었다.

그렇다면차라리회사를차려떳떳이일어서겠다며퇴직금과지인들에게서빚을긁어모아사업을시작했다.

그의모든것을투자했던회사는1년도채안돼문을닫았다.

오히려수억원의빚만남긴채-.

한동안B를보기가힘들었다.

동창회에나가B의소식을물으면아무도아는친구가없었다.

강남에있던아내명의의아파트도남에게넘기고어디론가이사갔다는소문만돌았다.

그로부터4년이지난며칠전B의전화를받은것이다.

전화선너머로들려온B의목소리는짐짓쾌활했다.

몇달후면결혼할아들땜에그냥있을수가없어지인의소개로모잡지사에들어갔다고했다.

사돈될집안에신랑아버지가실업자란소릴듣게할수없어나섰다고한다.

그렇게당당했던그친구,결국자식땜에고개를숙이다니-.

더이상B의신변에대해물어볼수가없었다.

그의쾌활한목소리가더애처롭게들렸다.

내가슴도무너져내리는것만같고-.

문득중,고교시절등교할때면환하게맞아주던비봉산이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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