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를 추억하며 9 – 마왕 그리고 죽음과 소녀

이상하게도슈베르트를생각하면연상되는게’죽음’입니다.

물론그가31세의짧은나이에세상을떠나안타까운마음에서그런연상이되었겠지요.

그렇지만자신의빠른죽음을예견이라도했는지슈베르트는죽음과관련된작품을많이남겼습니다.

이미말씀드렸듯이’겨울나그네’를비롯한연가곡에서나피아노3중주곡,현악4중주곡등에서암울한죽음의그림자를쉽게발견할수있지요.

오늘얘기할가곡’마왕(Erlk"onig,D328)’과’죽음과소녀(DerTodunddasMadchen,D531)’역시죽음의공포에짖눌린인간의나약한모습을노래하고있습니다.

‘마왕’은본래작품번호(Opus,Op.)로분류했을때는Op.1번이었습니다.

후에독일번호로분류하면서D328로바뀌었지요.

이곡은슈베르트가18세때인1815년에만든곡입니다.

가사는독일의문호괴테의시에의한것이었습니다.

자료를보면,슈베르트의친구스파운(JosephvonSpaun)은이렇게회고합니다.

"1815년12월의어느날오후슈베르트가그의부친과살고있던힌멜포트구른트의집을방문했었다.집에있던슈베르트는괴테의시’마왕’을큰소리로읽고있었다.그는시집을한손에든채방안을몇번이고돌아다녔다.그러다가갑짜기의자에앉아무서운속도로작곡하기시작했다.단숨에끝낸곡이바로’마왕’이었다."

이곡은작곡된지6년후인1821년출판되었습니다.

출판이늦은이유는이곡의반주부분이너무어려웠기때문이었다네요.

이곡은통작(通作)형식으로작곡되었지요.쉽게말해1절,2절하는유절(有節)형식이아니고처음부터끝까지반복없이연주되는곡입니다.

곡은마차가달리는모양을그리듯음침한세잇단음의전주로시작됩니다.

특이한것은,이곡에네사람이등장하는데,해설자와아들,아버지그리고마왕입니다.

아들은죽음의공포에떨고있고,아버지는품안에안겨절규하는아들을달랩니다.

마왕은달콤한말로아들의혼을뺏으려고하지요.

그러다보니,노래하는사람은1인4역의다른음색으로노래하는거지요.

이런스타일의노래는슈베르트이전의가곡에서는찾아볼수없는독특한형식이었습니다.

그래서어떤평론가는"악극의창시자바그너조차도만들수없는창의적인노래였다"고평가합니다.

괴테의시는이렇습니다.

이밤폭풍속누가말달려.그들은아버지와그의아들.

그는아들을앞가슴에힘차게안고달려가네.

"아가,무엇때문에떠느냐""아버지,마왕이안보여요?검은옷에다관을썼어요""아가,그것은안개다"

"예쁜아가,나와가자.참재미나는유희하며,아름다운꽃동산에서비단옷도많이입혀주마"

"아버지,아버지,들리지않나요.저마왕이내게속삭여요""진정해,진정해라.아가,마른버들잎소리란다"

"어여쁜아가야,나와함께가자.내어여쁜딸들이밤의춤을추고있는그곳에가자.너도함께노래부르자.춤추며노래하며즐겨보자"

"아버지,아버지.저것보세요.마왕의딸들이어둠속에있어요""아가,아가.어둠속의그늘은버드나무그늘이다"

"예쁜아가,너의모양이탐난다.거부하면폭력으로잡을래"

"아버지,아버지.날꼭안아줘요.저마왕이정말무서워요"

공포에떨며숨가픈아들.가슴에안고말달려가다.

집에도착하여보니,팔속의아들은죽었다.

이곡의백미는폭풍속에달려가는말발굽소리와맨끝"팔속의아들은죽었다"하며침통하게부르는노래입니다.

그리고노래와동시에끝나는피아노반주가인상적이지요.

‘죽음과소녀’는슈베르트가20세때인1817년2월클라우디우스의시에곡을붙인것입니다.

클라우디우스는당시신문기자로활동했지요.슈베르트는이사람의시12편정도에곡을붙였는데,그중유명한’자장가’도있습니다.

이곡은소녀가죽음과대화를나누는짧은곡입니다.

‘마왕’처럼통작형식의곡인데,후에슈베르트가현악4중주곡14번D단조2악장에이곡을주제로썼습니다.

그연유로14번D단조(D810)를’죽음과소녀’라고부르지요.

이노래는죽음의신이다가오는듯한전주를무겁게연주하고소녀가죽음의공포를노래합니다.

가사는다음과같습니다.

소녀/저쪽에,아저쪽으로가거라.거칠은죽음아.나는아직젊다.가거라.

날데려가지마라.날데려가지마.

죽음/손을다오.아름다운소녀여.친절한나는너의벗이다.너를괴롭히지않는다.

나는유쾌하고상냥하다.너를안아서잠재우리.

슈베르트를추억하며,이밤도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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