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할아버지

주초이틀동안또김포를다녀왔다.

딸애가애둘을낳고나니체중이늘어서울에있는한의원을다녀와야겠다고SOS를보내왔다.

어쩔수있나.아내의성화에단봇짐을싸서화요일오후김포로들어갔다.

차를몰고가는아내에게내가한소릴했다.

바로옆에아들네도있는데맨날딸네집에만가서자고오면아들이나며느리가어떻게생각하겠느냐고-.

그러자아내는피식웃는다."걱정도팔자셔~.아마며느린더좋아할걸~"

저런,혀를차보지만그게대다수시어머니들의생각일까.

딸네집에갈때마다옆에사는아들네가족들이와서놀다가돌아간다.굳이저네들집에가서자자고권하지않는건우리내외가외손녀들땜에왔다는걸알기때문일것이다.

그럴때면요즘의외손녀들에게쏟는정성을손자,손녀가어렸을적엔소홀했던것같아미안한마음이들기도한다.

다음날아침딸애는큰애를유치원에데려다주고서울로갔다.

아내는집에서돌잽이작은애를보고,오전11시쯤큰애를데리러갔다.이번주부터개학한유치원은애들적응기라며오전에일찍돌려보낸단다.

큰애를집에데려와서딸기를먹였다.다먹고는더달라고보채길래사과를하나더먹였다.

큰애는네살(만35개월)인데도붙임성이있고말을썩잘한다.

이번에와서보니코밑에긁힌자국이있었다.딸애말로는작은애돌잔치다음날인지난주토요일강화동막으로놀러갔다가자빠져생긴상처란다.

큰애에게"여기코밑에웬상처야?"하고물었더니"이건비밀이에요"하고입을다문다.

한참있다가다시물었더니"비밀이라고아까말했잖아요"하고쏘아붙인다.

그뿐아니다.응가를한다고해서옷을벗겨변기에앉혔더니"할아버지,나가서기다리세요"하고쫓아내기까지한다.

화장실에서나와배고프다고칭얼대기에숨겨둔젤리를주었더니"앗사~"하고좋아한다.그러고는내곁에붙어앉아"할아버지가좋아.최고야"하고아양을떤다.

서울갔던딸애가두시쯤돌아와서점심먹자고밖으로나오라고했다.

아내는나가기귀찮다고해서내가큰애를데리고단지내상가로갔다.

딸애는개업한지얼마안된일본식밥집이있다고가잔다.’교토식당’이란곳인데일본식카레덥밥과소고기덥밥,우동을파는곳이다.반찬도교토식이란다.

딸애는식당내부며차림표,나온음식들을스마트폰으로찍는다.

그런데엄마옆에앉을줄알았던큰애가내옆자리에앉았다.딸애가엄마옆으로오라고말해도할아버지옆이좋다며요지부동이다.이를본홀안의사람들이빙긋이웃는다.

내어렸을적할아버지는항상근엄하고잘웃지않는얼굴이셨다.

칭찬보다는잘못했다고꾸짖는일이많았고,별일아닌데도큰소리치거나화를잘내셨다.

그래서할아버지라고가까이하기보다는저만치오시는기척이나면도망가기바빴다.

그래도나는장손이라고가끔씩머리를쓰다듬어주신기억은있지만-.

서울로돌아오면서가만생각하니웬지기분이좋다.

시대가변하긴했지만친구처럼잘놀아주는할아버지로외손녀의마음을사로잡았으니-.

이쯤되면내가착한할아버지라고말해도되겠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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