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잣집 이발소의 추억

나는머리를자주깎는편이아니다.

대개한달에한번꼴로머리를깎는다.

그것도이발관이아니고사무실옆의사우나탕에서해결한다.

그런데사우나에딸린이발관의주인이바뀌고부터머리가영~마음에들질않는다.

아내는동네미용실에서머릴깎아보라고권하지만미용실은싫다.

그래서걸어서5분정도걸리는동네이발관을찾았다.

그곳주인아저씨는연세가70대중반쯤돼보이는데아주맘에쏙들게깎아준다.

면도를해주는아줌마가따로있지만면도는사양하고머리만감는다.

그러곤물기를닦고가르마만타고나온다.

시간도절약되고면도를사양하니아줌마가엄청좋아한다.

내가초등학교다닐때인50년대중반,동네에판잣집이발소가있었다.

골목을나서면’또랑’건너둑길옆에판잣집이있었고그아래또랑쪽에이발소가있었다.

내기억으로그집에딸이여럿있었는데큰딸이나와초등학교동창이었다.

주인아저씨는꽤잘생긴얼굴이었고,일본에서살다가해방되고귀국했다는얘길들었다.

그래서종종부부가일본말을하면서웃기도했다.

당시는초등학생이머리를기를때여서바리캉으로머리아래쪽을밀고면도를했다.

58년도에중학생이되면서머릴빡빡깎았다.그때만해도자주씼질않아머리에때(우리는그걸’새똥’이라고했다)가새카맣게끼었고아저씨한테게으르다며꾸지람을듣기도했다.

어떤애들은머리에하얀버짐이피어우리는’빠이독구'(무슨뜻인지도모른다)걸렸다며놀렸다.

아마기계충이거나피부벙의일종이었던걸로생각된다.

이발소아저씨가면도칼을가는모습은무척이채로웠다.

길다란가죽띠를벽에걸어놓고면도칼을쓱싹갈았는데가죽띠가닳아넌덜넌덜했다.

나는그걸보며저띠가끊어지면어쩌나하고가슴을조렸던기억이난다.

초등학생시절키가작아의자에작은나무통을놓고거기앉아머릴깎았다.

다깎고나면아저씨는내머리를툭치면서"허,그놈머리하나잘생겼네"하며껄껄웃으셨다.

그판잣집이발소가없어진건내가고등학생이되고나서로기억된다.

그리고주인아저씨와뚱뚱했던아줌마,그딸들이어디로이사갔는지알지못한다.

가끔고향생각을할때면문득생각나는이발소의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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