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추억 속의 할아버지

요즘김장철이어선지집안에무가흔하다.

파랗게윗부분이잘익은무의머리를베어한입깨물어본다.

달착지근한즙이입안을부드럽게감싼다.육질도단단해서차돌같다.

무를베어무니문득할아버지얼굴이떠오른다.

유달리약주를즐기셨던할아버지는요즘같은초겨울이면아침마다생무를깎아드셨다.

이른아침,장손이어서할아버지곁에서자야했던나는사각사각무씹는소리에눈을떠곤했다.

희미한등잔불옆에서무를잡수시는할아버지의곁모습을보며다시잠에빠져들고는했다.

50년대말까지,내가중3이될때까지전깃불은오후6시쯤들어와서자정이면여축없이나갔다.

그때는전기가특선과일반선이있었고,대부분의가정집은일반선이었다.

일반선은저녁에만왔다가자정에나갔지만,특선은24시간전깃불이들어왔었다.

해서,새벽이면등잔불을켜거나호얏불을켜서어둠을밝혀야만했다.

호야이야기가나왔으니한마디하지않을수가없다.

호야란얇은배불뚝이작은유리항아리를기름통위에씌워불을밝히는것으로웬만한집에는다있었다.

문제는호야의거으름제거인데,이걸빼서물걸레로정성껏닦는일이만만치않았다.

자칫잘못하면유리가깨어지거나그로인해손을벨수가있기때문이었다.

그때우리집호야닦는일은내몫이었고지독히도닦기가싫어고민했던기억이난다.

초겨울아침,할아버지께서기침하셔서무를씹는소리가나면어머님의손길이바빠진다.

10분내에따끈한정종반주전자와생선구이(주로대구구이였다)를대령해야했기때문이다.

만일시간이길어지면할아버지특유의기침소리가쉴새없이터져나왔다.

이기침의횟수가많을수록집안의공기는점점탁해졌고…..

이와같은아침’행사’는할아버지께서별세하신1959년가을까지계속되었다.

사라호태풍이한반도를휩쓸었던그해나는중2였었다.

할아버지는그해음력11월에돌아가셨다.가만있자,기일이며칠후로다가왔네.

할아버지를닮아선지나도무를참좋아한다.

생무를즐겨깎아먹고,무생채도좋아한다.어묵탕에들어가는무역시….

무를깨물면서할아버지가생각나는건왜일까.

하긴나도그무렵의할아버지만큼나이를먹었으니그렇기도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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