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에 내리는 비(1)

겨울의끝머리여선지그날은아침부터이슬비가질척질척내렸다.

지난연말군에서제대한후벌써두달이훌쩍지나갔다.

60년대가끝나고대망의70년대를맞았다고라디오에선떠들고있지만청년의심사는바깥날씨처럼우중충했다.

멋드러지게비틀즈의노래가흘러나오는라디오의스윗치를끈청년이마루로나왔다.

오전열시.빨랫감을만지고있던어머니가흘낏쳐다보며묻는다.

"어디갈라꼬?"

아무대답이없자어머니는묻어두었던질문을던진다.

"인자놀만큼놀았응께앞으로우짤긴지생각해봐야안되겄나."

마당은빗물이고여질척거렸다.

신발을꺼내신은청년이어머니를돌아봤다.

"어머이,강철이고모부집이어데라켔어예."

"그게는머할라꼬."

"강철이소식이나함알아볼라꼬예."

"아이구,그집도폭삭망해서넘어(남의)접방(셋방)살이한다아이가.그집에가도갠찮건나."

강철이는청년과초,중,고교를같이나온친구였다.

시골에집이있는강철이는고모부집에서살며시내에서학교를다녔다.인물도훤칠하게잘생겼고무슨운동이든지잘해서친구들로부터도인기가좋았다.그렇지만진짜인기가좋았던이유는강철이의고종사촌여동생때문이었다.

동갑내기였던여동생은또래의남학생이라면한번쯤은가슴을설레게만들만큼예뻤다.그래서친구들중에는그여동생과사귀려고일부러강철이와친하게지냈고,무슨핑계를대서라도강철이네집을가고싶어했었다.

초등학교부터고등학교까지친구로지내면서강철이와청년은각별한사이였었다.

초등학교6학년담임선생님이마침한동네에살아강철이와청년은매일선생님의도시락심부름을했었다.

선생님도기특히여겨밤이면집으로불러공부를시켰고둘은좋은성적을얻어중학교는무시험전형으로합격했다.

둘은누구보다도친해서청년은아무때나강철이고모부집을들락거렸고고교시절에는그의예쁜여동생뿐만아니라그녀의친구들까지사귀게되는행운을누리기도했다.

고교졸업후청년과강철이는헤어졌다.청년은B시의대학으로,강철이는서울로진학했다.

어머니가가르쳐준집을찾아청년은몇번이나골목길을헤맸다.

비는점점더굵어져우산을썼지만옷은빗물로흥건히젖었다.

낡은가옥들이들어선골목길을돌면서청년은격세지감을느꼈다.그래도한때강철이네고모부는인근에서알아주는부자였다.시장에서큰포목상을했고집도본채와사랑채가있는저택에서살았다.

강철이를만나러그집엘가면가족들은하얀쌀밥을고기반찬과함께먹고있어청년을주눅들게만들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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