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들 보기가 부끄럽다

새벽기도회에가려고집을나서다가열을받았다.

문앞에놓인조간신문을보는순간울컥화가치밀었기때문이다.머릿기사제목이’침몰까지140분…눈뜨고아이들잃는나라’였다.진도근해에서여객선이침몰되기까지일백사십분의시간여유가있었다는데왜이백구십여명의실종자가생겼단말인가.

속이뒤집어지는건예순아홉의늙은선장이란자가살만큼산제목숨챙기기바빠꽃다운수백명의생명을배에두고먼저탈출했다니,도대체이럴수가있단말인가.

급한성격탓에거친욕설이나왔다.ㄱㅆㄴㅇㅅㄲ.

옆에있던아내가불난집에부채질을했다.기도하러가는사람이무슨그런말을.

그래,기도하러가지만그런버러지같은인간이어디있어.그런ㅅㄲ는욕좀먹어도싸지.

에헤,또그런소리.아내와잠시가벼운입씨름을벌였다.

신문을보니타이타닉호가침몰할때그배의선장은충분히탈출할수있는여유가있었는데도마지막까지남아배와함께생을마쳤다고한다.그선장의고향에선그의동상까지세우고’영국인답게행동하라’란푯말까지붙였다고한다.

항해의책임자로써승객들을대피시킨후배와함께장렬하게산화했다면얼마나멋지게생을마감한것인가.

그구차하고욕된목숨을부지하려고승객들보다먼저탈출했다니,그것도선원들까지챙겨서말이다.그의머릿속엔어린학생들은생각나지않았을까.그의손주가그학생들속에있었데도그처럼태연히도망갈수있었을까.

인터넷을보니그선장이란자는병실에서물에젖은지폐까지말렸다니어처구니가없다.

그선장의나이가나와같다.그나이면인생을적게산것도아닐터인데,그렇게목숨에애착이있었을까.

그가탈출할때미처나오지못해울부짖는학생들의아우성이들리지않았을까.

그의눈에수백명의학생들은보이질않고처자식과손주들의얼굴만어른거렸을까.그래서사랑하는가족들을위해반드시살아야만하겠다며비루한목숨을연명한구실로삼았을까.

사람사는세상에사고란언제든지생길수가있다.불완전한피조물일진데완벽할순없으니까.

그런데도자꾸괘씸한생각이드는건왜일까.채피지못한채떨어져간수백의꽃송이들때문이리라.

만일선장과선원들이마지막까지최선을다하다가승객들과최후를맞았다면이처럼괘씸하진않았을것이다.

늙은선장과수하의선원들은살았고꽃다운수백의젊은이들이실종되었다니더안타깝고괘씸하다.

선장과선원들에게배신당한기분이다.1993년의서해페리사고때는선장과선원들이승객들과최후를맞았다고한다.

승객들의대피를위해탈출할수가있었는데도끝까지남아숨진여직원도있었는데,그구차한목숨을챙긴선장과선원들의행태를생각할수록화가치민다.

낼모레면손주들을만날텐데,무슨낯으로만날지난감하다.

중3손자가할아버지,살아남은선장의나이가할아버지와같던데요하고묻는다면뭐라고해야하나.

한술더떠그선장은왜학생들을배에두고먼저탈출했지요?하고묻는다면또뭐라고해야하나.

아내는학교의수학여행을없애야한다고언성을높인다.십수년전유치원아이들이물놀이갔다가사고를당했고,수학여행버스가기차와충돌해서대형사고가나기도했었다.

요즘어지간한가정에선애들데리고종종여행길에나서니까수학여행같은단체이동은없어도괜찮을것같다.

안타까운가슴을쓸어내리며바흐의’마태수난곡(Matthaus-Passion)’을듣는다.

먼저간꽃송이들이여,다음세상엔이런개떡같은인간들사는세상만나지말고더좋은세상만나못다한삶을누리시기를…..

요행히아직도살아있는귀한생명들이있다면빨리구조되어가족들의품으로돌아가길간절히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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