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넷은 나를 추억 속으로 빠뜨린다

오늘아침KBS1FM’출발FM과함께"를듣는데첫곡이클라리넷연주곡이었다.

물론평소에도클라리넷연주곡을듣긴한다.내가좋아하는빌리본악단의’작은꽃'(사실내가젊었을땐이곡을’귀여운꽃’이라고했었다)도감미로운클라리넷연주곡이다.

클라리넷의유려한선율을듣는순간내머리엔주마등처럼그옛시절의추억이떠오른다.

클라리넷이나를추억의깊은늪으로빠뜨린것이다.

지금도기억에생생한1959년,그해는한반도에’사라호’라는태풍을추석에몰고왔었고조부님이별세하신해이기도하다.그래서그해는내기억속에영원히각인되어있다.

그해나는중2였다.그때만해도음악엔별로취미가없었는데,어쩌다가악대부에들어갔었다.

지금생각하니어쩌다가가아니라내가좋아했던두살위의동네C형때문이었다.

그형은클라리넷을잘불었다.저녁무렵이면C형은뒷산보리당에서한곡을유유자적하게뽑았다.

그감칠맛나는선율은동네에울려퍼졌고,나는두귀를쫑끗세우고들었다.그렇지만어른들은달랐다.저녁밥을짓던어머님은그소리만들리면볼멘소리를했다.

"저기먼소리고.하이고,얄궂어라.저거가가(그아이가)부는거아이가.참말로저녁부터귀신나올라.니는(너는)저렁거배우모안댄다,알겄나."

그렇지만나는그소리가좋았다.그래서C형에게나도좀가르쳐달라고부탁했다.

C형은가르쳐주는대신나를악대부에넣었던것이었다.

당시중학교음악선생님은A선생이었다.얼굴이쭉빠졌고머리한가운데는’민둥산’이었다.

그선생님은내게엔리코카루소와베냐미노질리를가르쳐주신분이었다.

내가고교진학한후엔경남여고로전근을가셨다.

C형의권유에따라악대부에들어갔다.나는클라리넷이나섹스폰을불고싶었지만선생님은알토란악기를불라고했다.알토는중저음의금관악기로대체로’뿜빠~뿜빠~’하는낮은반주정도를내주는악기였다.

그래도두어시간피스를맞대고연습을하면앞니는말할수없는통증을겪어야만했다.그때의얼얼함이란.^^

선생님은연습때독특한말씀을했다.클라리넷이시원찮으면"어이,쿠라,쿠라.머하고있노"하고야단을쳤다.

‘쿠라’는클라리넷의줄임말이었고,섹스폰은’폰,폰’이라고불렀다.

선생님의말씨는거칠었다.내가태만하게’뿍,뿍"하는반주를잘못맞추면여지없이험구가날아왔다.

"야,정신을오데두고있노.니대가리는벌써너거집안방에갔나"하고소리를쳤다.

그래도그건신사였다.어떤날은"야,이자슥아.대가리새똥도안벳끼진놈이벌써부터가수나(계집애)생각하나"하고고함을질렀다.그뿐이랴.들고있던지휘봉을던지기까지했다.

그런날고개가축빠져동네다리를건너면어김없이C형이기다리고있었다.

"바구(그때동네에서부른내이름은’바구(바위)’였다)야,가자.내국화빵사주께"

그렇게나를챙겼던C형은고등학교를부산으로갔었다.형이부산으로떠나던날국화빵을나눠먹으며작별인사를했었다.그날나는물었다."형,와진고(진주고)도안좋나.머땜에부산으로가노"C형이픽웃으며대답했다."오데내가가구주바(가고싶어)가나.아부지가하도글상께가는기지"

그후로C형과는모든게두절되었다.풍문에들리는소문은별로좋지않았다.

‘어버이날’이라고딸애가갖고온화분이다.

생화몇송이에아취식으로’사랑합니다’라고달았다.직접만들었다고자랑을했다.

기특하고고마운생각이들었다.

그래,이밤엔모차르트의클라리넷협주곡(K.622)들으며칵테일한잔해야겠다.

모차르트가죽기한달여전에작곡한,클라리넷을최고의악기로만들어준’불후의명곡’이다.

오늘월정기검진갔더니혈압,혈당다괜찮단다.

그래서기분좋게한잔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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