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 백이 만든 ‘한여름 밤의 꿈’

사십년을훌쩍넘긴1970년도여름으로기억한다.고향에서고전음악감상모임을하고있을때였다.

시립연암도서관의K관장이내게결혼식음악을좀준비해달라고부탁했다.그런데그음악을시작이아닌,결혼식이끝난후에틀어달라고했다.

무슨그런결혼식이있냐고물었더니자초지종을얘기했다.

당시만해도미국에서파견된평화봉사단이활동하고있었다.미국의젊은이들이후진국의교육과사회봉사를목적으로본국정부의지원을받아세계각국에파견되어많은일을했었다.

우리나라에서는중,고등학교에서영어를가르치거나문화관련봉사활동을했다.

진주에도많은미국청년들이주로학교에서영어를가르치는일들을했다.

이들가운데흑인청년과백인여성이있었다.이국땅에서봉사활동을하면서가까와졌고,결혼을약속했다.

그런데백인여성의부모들이반대를했다고한다.그들의계획은본국에돌아가서결혼할생각이었지만집안에서반대를하니귀국하지말고결혼해서한국땅에정착하기로했다고한다.

그래서도서관회의실을빌려친구몇사람만초청해서결혼식을하기로한것이었다.

내기억으로여름의초저녁,도서관엔신랑,신부와친구너댓명이모여그야말로조촐하게결혼식을올렸던것같다.

신랑,신부입장도없었고케잌에촛불을켜고간단한음료수만준비했었다.

결혼예복이아닌평복을입은둘이서촛불을껐고하객몇이손벽치는것으로결혼식을끝냈다.

그때멘델스존의’축혼행진곡’을틀었다.예기치않았던음악에파안대소했던신랑,신부는서로를껴안고키스를나누었다.참으로그순간만은행복한결혼식이었다.

요즘도결혼식장에가면두곡의결혼행진곡을듣는다.

신부가입장할때나오는바그너의악극’로엔그린’에나오는결혼행진곡과예식이끝나고신랑,신부가퇴장할때나오는멘델스존의’축혼행진곡’이다.

두곡모두결혼행진곡이지만혼돈을피해서인지멘델스존건’축혼행진곡’이라고들불렀다.

다른음악가들과는달리부유한환경속에서마음껏음악활동을펼쳤던멘델스존(1809~1847)은영국의문호셰익스피어가남긴희곡’한여름밤의꿈(AMidsummerNight’sDream)’에영감을받아’불후의명곡’을남겼다.

17세때인1826년서곡(Overture,op21)을먼저작곡했다.12분30여초에달하는이곡은도입부의몽환적이고짜릿한관악기의여운이듣는사람을환상의세계로데려간다.

17년이흐른후인1843년프러시아황제빌헬름4세의명에의해국왕의탄신일을축하하기위한연극’한여름밤의꿈’이만들어졌다.그연극의무대음악을멘델스존이맡았고,12곡이관현악곡으로작곡되었다.

이곡들은op61에수록되었는데스케르초,간주곡,야상곡과결혼행진곡들이다.

지금은관현악모음곡으로널리사랑받고있는곡들이다.

‘한여름’이란하지夏至인6월21일전날을말한다.서양에서는이날밤기괴한일들이벌어진다고믿었다.

셰익스피어의희곡도이날밤일어난요정들의이야기를꾸민것이다.

나는이음악들가운데서곡과’야상곡(Nocturne,op61-9)’을즐겨듣는다.

이곡을듣고있노라면마음속의동요가사라지고평안이밀려오는듯한느낌을받는다.

지금쯤조촐한결혼식을올렸던그들두사람은어디서무엇을하고있을까.

나중에는가족들과화해하고본국으로가서행복한삶을누렸을까.

한곡의음악에한껏웃으며서로를포옹했던흑백의한쌍이생각난다.

그래,안드레프레빈이지휘하는런던교향악단의연주로멘델스존의’한여름밤의꿈’을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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