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속에 ‘아를르의 여인’을 만나다

아,날씨참무덥네.아직초복도아니건만완전찜통더위가사람을지글지글볶네그려.

이럴땐시원한바닷가가그립지만아서라,가나오나사람에치어길떠나면개고생이라고했지.

선풍기바람도후덥지근해서신통찮고,에어컨을틀자니혼자서시원하자고간큰짓을할수도없어.

그렇다고찬물만뒤집어쓸수도없고아이스크림도그때뿐이지괜히목만더마르게하니어떡하나.

참으로난감한게요즘의무더위야.남쪽엔그나마비가내린다는데.

이럴땐가만히눈을감고아름다운음악에빠져보는게장땡이지.ㅎㅎ

그래,오늘은누굴만나나.자주만나는키타로[喜多郞]야한잔할때만나지이런날은사절.

아,생각났다.이런후덥지근한날은아름다운여인을만나는게상책이지.

여인이라.춘희도있고나비부인,토스카도있지만그렇고,칼멘은너무정열적이라더더울것같아싫어.그렇지,칼멘과계보가같지만’아를르의여인’이좋겠다.그감성적이고매혹적인멜로디가일품이었지.

그렇지,이음악’아를르의여인’은프랑스문호알퐁스도데의소설을소재로만들었지.젊은날우리들가슴을시리게만들었던’별’의작가있잖아.

비제는1872년10월이극이상연될때27곡의극음악을작곡했다지.생각보다연극이나극음악은별로였다네.비제는그가운데4곡을추려관현악모음곡을만들었는데그게제1모음곡이었지.

비제가죽은후그의친구에르네스토기로가다시4곡을덧붙여제2모음곡을만들었어.그래서’아를르의여인’은모두8곡으로구성되었지.

자,이제아름다운’아를르의여인’을만나볼까.^^

제1모음곡은전주곡,미뉴엣,아다지에토와’종(鍾,Carilon)’으로구성되었어.전주곡이참멋져.곡이시작되면관현악이힘차게한목소리로주제를연주하지.귀에익은그음악은프로방스지방의민요’세왕의행진’이라네.근사한곡이지.더위가싹가실만큼.ㅎㅎ

그러나뭐니뭐니해도’종’을빼놓을수가없네.이곡은축하의꽃다발이늘어선시골집뜰에말쑥하게차려입은하인들이부지런히드나드는장면에서연주되는곡이었지.종소리는세개의음으로이루어지고마디마다그것을되풀이하여4개의호른이요란하게연주하는게재미있어.거기에하프와바이올린의피치카토,비올라까지끼어들어참으로멋진선율을보내주네.이젠더위는고사하고슬슬추워지네그려.^^

제2모음곡은더멋지지.목가牧歌와간주곡,미뉴엣,파랑돌로짜여졌지.이가운데미뉴엣과파랑돌이지난세월동안내게큰위안을주었다니까그래.

미뉴엣의선율은플룻이연주하지만,중간부를거쳐주제가되풀이될땐플룻과색소폰이함께연주하잖아.잔잔한하프의반주를타고길게여운을남긴두악기의연주는기가막혔지.ㅎㅎ

그때만해도고전음악에색소폰의등장은무척의외였어.하지만그렇게감미로울수가없었지.’아를르의여인’에선색소폰의연주가두드러졌어.제1모음곡의전주곡중중간부에서색소폰의연주가돋보이고,제2모음곡의목가에서도그투명한음색은긴여운을남기지.간주곡은후에’신의어린양(AgnusDei)’으로편곡되었지만,간주곡의주제도색소폰이연주한다니까.재미있지.

마지막곡파랑돌(farandole)역시간담이서늘할만큼간드러진곡이네.주제는제1모음곡전주곡의주제’세왕의행진’으로6/8박자의빠른곡이야.프랑스남부프로방스지방의춤이파랑돌인데,남녀가손을맞잡고피리와탕부랭음악에맞춰춤추는거라네.멋지지.ㅎㅎ

탕부랭이뭐냐하면프로방스지방의몸통이긴북을말한다는구먼.이곡한번들어보라구.탱부랭의그야성적인북소리가간장을녹인다니까.ㅎㅎ

파랑돌을들으면생각나는게있지.50년전고향에서주피터음악회활동할때음악감상의끝곡[終曲]으로내보냈던곡이파랑돌이었네.그래서이곡을들을때마다그시절이자꾸생각나지.

사설이너무길었나.그래도하나만더얘기하고끝낼게.

제2모음곡미뉴엣의색소폰연주를들으면또하나생각나는게있네.64년도에음악감상활동을할때한학생이찾아왔었지.당시진주농고(현경남과기대)3학년이었던H라는학생이었어.그친구가찾아와서하는말이음악감상중간에테너색소폰을연주하고싶다는거였어.그때만해도진주란지역은이름만문화예술의도시였지,제대로악기를연주해볼수있는무대가없었거든.

좋다고했더니매주감상회가있는날빠지지않고와서색소폰연주를했었지.지금도기억나는건’해변의길손’과베토벤의미뉴엣이었어.갑자기그친구가보고싶네.

도데의’아를르의여인’은주인공이자살로마감하는비극이지만,비제의음악은너무도아름다웠어.

그래,무더위속에만난아를르의여인,어땠어?시원하지않아?너나시원하라구?^^

차가운음료수한잔들고한번들어봐.거짓말인지.

아니면말고.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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