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 단칸방의 추억

초복이코앞으로다가오니연일더위가기승을부린다.

낮은그렇다치고밤까지공기가무덥다보니잠을이루기가쉽질않다.잠을청하느라칵테일을한잔해보기도하지만오히려더열을받아애를먹기도한다.

마루에나와찬매트위에누워있자니시원하긴한데정신은더또렸해진다.

이리저리뒤척이다40년전의여름을생각해봤다.그래,그시절에비하면이깟더위는아무것도아니지.

스스로위안을해본다.

1974년봄,고향을떠나상경하여보금자리를튼곳이화곡동이었다.

김포공항으로달리다가하이웨이주유소에서좌회전하여5분가량더가면오른쪽산비탈에주택단지가있었다.

그시절지금의강서구청자리는논이었고,주위의경관은썰렁하기짝이없었다.

처형의소개로방을구했는데,주인집옆에외따로지은슬라브주택이었다.방하나에부엌이딸린오막살이였다.화장실은마당한쪽에붙어있었다.

고향에선그래도신문사다니면서전셋집에서살았지만,그돈으로서울오니변두리동네의단칸방이고작이었다.다행히아들이첫돌을지난직후여서세식구가살기에큰불편은없었다.

언덕배기를내려가면도로변에처형집이있었고시장도가까왔다.공무원이어서아침에는통근버스가왔고,퇴근은89번버스(사당동-화곡동)가적선동(체부동?)영화진흥공사앞을경유했기에전혀불편하지않았다.

그런데문제는여름이었다.

그단칸방에서꼬박2년을지냈다.슬라브집이다보니겨울과여름나기가힘들었다.

겨울에는외풍이심해밤에는머리를이불속으로넣고잠을자야만했다.머리맡에떠다놓은물그릇이아침이면얼음그릇으로변할정도였으니까.

방안에있으면코가시려워머플러에다가외투를걸쳐야될지경이었다.

그래도겨울은그런대로견딜만했다.참으로힘든건여름이었다.

하루종일슬라브건물이태양열을받았으니,저녁나절이면방안은바로가마솥이었다.

퇴근해서방문을열면뜨거운공기가기다렸다는듯밖으로밀려나왔다.선풍기를틀어도전혀쉬원하질않았다.오히려후덥지근한공기가숨이막힐정도였다.

창문을죄다열고억지로잠을청해보지만찜통더위에잠이올리만무였다.

어른은억지로라도참았지만문제는두살배기아들이었다.온몸에땀띠가돋고밤이면잠을못자칭얼대거나울었다.아무리달래도소용이없었다.

주인집에눈치가보여아들을안고아내와밖으로나갔다.

산비탈이라밖에는시원한바람이불어왔다.집으로올라오는계단에나란히앉았다.

하늘엔별이총총한데그걸올려보노라니가슴속엔서러운생각이밀려왔다.고향에그대로있었으면이런고생안하고처자식잘건사할터인데하는생각에코끝이찡해왔다.

얼른아들을아내에게맡기고시원한거사올께하며자리를떴다.

먼거리에있는구멍가게까지걸어가며내일이라도사표내고고향으로갈까하는생각을골백번도더했다.

가게에서사이다를한병사와계단에앉아아내와나눠마셨다.

아,시원한바람부는밖에서사이다마시니정말좋다.

아내의감탄사를들으며잠시가마솥단칸방의설움은계단위에내려놓았다.

그시절에비하면요즘의무더위는별것아니다.

그래,아스라한가마솥단칸방의추억이여!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