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연시감

마트에갔더니연시감이나왔다.

단감보다는먹기편한연시감을좋아하는터라두팩을샀다.

첫물이라그런지생각보다맛이그저그렇다.아마도며칠지나면훨씬맛있는연시가나올것이다.

해마다몇팩씩사두었다가심심할때면꺼내먹는연시감을보니어릴적생각이난다.

어린시절살았던고향집에는마당에감나무가두그루있었다.

비교적큰감나무는장독대옆에있었고,작은나무는변소앞에있었다.그옆에는무화과나무도한그루있었던걸로기억난다.

고단했던그시절,먹을게귀했던그때,감나무는우리에게먹거리를제공해주었다.

5월하순께감꽃이피면우리는’감똘개’라고부르며떨어진꽃을주워먹었다.그맛은약간텁텁했고달착지근하기도했다.여자애들은감꽃에실을꿰어목걸이를만들어목에걸고다녔다.

7월쯤꿀밤송이만한열매가떨어지면주워서소금물에담가먹었다.이틀정도소금물에담가두면떫은맛은없어지고달콤한열매로변신했다.

내가아무도모르게장독대에숨겨둔소금물에서밑의동생이훔쳐먹다가몇대씩얻어맞기도했었다.동생은지금도그얘기를하면서엄청아팠다고말한다.

가을에접어들어파란감들사이로붉은연시가열리면그건할머니몫이었다.

이빨이시원찮았던할머니는무척이나연시를좋아하셨다.

어머님이연시를따서그릇에담아할머니주무시는방에갖다두면우리들의관심사는할머니방으로집중되었다.할머니께서잡수실때코앞에붙어앉아얻어먹기위해서였다.

밤이되어잠이오는동생은눈을비비며할무이,저감은운제묵을낀데예하고물어서어른들을웃게했다.

그래도할머니는언제나먹을게생기면장손자인나부터찾았다.

학교를마치고집에들어서면할머니는누가볼세라치마폭에감춰두었던과자며고구마를꺼내주셨다.

내가숙제한다고앉은뱅이책상앞에있으면몰래연시를책상밑에넣어주시기도했다.

연시감을보니불현듯할머니가그립다.유명을달리하신지도벌써44년.

이밤에할머니꿈이라도꾸길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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