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이나 한 그릇 하시죠. 개의치 마시고”

오늘아침신문에서가슴아픈사연을읽었다.

서울장안동에사는최모씨가집을비우라는독촉을받고이삿날목을매어죽은것이다.

그는집주인앞으로각종공과금의고지서와돈을봉투에담아남겼고,장례비용으로백만원가량의돈도남겼다고한다.그보다더욱가슴저리게하는것은자신의주검을수습하러올사람들에게십만원이든봉투를별도로남겼다.최씨는봉투에"고맙습니다.국밥이나한그릇하시죠.개의치마시고"라고썼다는것이다."개의치마시고"에는굵직한따옴표까지붙여놓았다.

그의나이가예순여덟이니나와같은또래다.그는칠십평생결혼하지않았고공사판에서일하며노모를모셨다고한다.그의형이있었지만소식이끊긴지이십년이넘었다.

집이래야열다섯평남짓의전셋집이었고보증금육천만원중오천칠백만원은LH공사에서대출받은것이었다.

지난3월어머니가돌아가신후그는일을하지않고외출을삼갈정도로외롭게살았다고한다.최씨는집주인이바뀌면서집을비워달라는통보를받았고신변을비관해스스로목숨을끊은것으로경찰은말하고있다.

"국밥이나한그릇하시죠.개의치마시고".봉투에쓰인이말을곱씹어본다.

이글을쓰면서그의심정은어땠을까.일점혈육조차남기지않았으니처자식에대한연민이나죄책감은애당초없었을터이고그가아는,아니면불특정다수를향한분노나섭섭함은없었을까.

내가이렇게사는데,이처럼외로운데,누구한사람찾는이없고문한번두드려주는사람없었지.

이게과연사람사는세상이고,입만벌리면이웃사랑이니,사람이먼저다를되뇌이는인간들의진정이란말인가하는아쉬움을품었을지도모른다.

그러고도우리나라가복지국가이고생명을존중하며귀하게여기는선진국이라고할수있을까.

소위’보편적복지’를외치며부잣집아이에게까지밥을먹여주는행태가과연최선의방법일까.

이제는우리나라복지제도와의료제도를재점검해야하지않을까.있는사람,없는사람싸잡아퍼주고먹일게아니라공정한평가아래진정도움을필요로하는이들에게그들이사람답게살수있는만큼의혜택이돌아가야할것이다.

법을만들고그것을실행하는사람들이여,최씨의글을음미해보시기바란다.

그래서’개의치마시고국밥한그릇먹을수있는’정치,행정을펴주시길부탁한다.

다시는최씨와같은글을남기고이승을하직하는비극이우리이웃에서되풀이되지않았으면하는바램이다.

얼굴한번본적없지만최씨의영전에마음으로나마따뜻한국밥한그릇을올리고싶다.

그대여,그와같은유서남길일없는하늘나라에서평안한안식을누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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