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봄

오늘몸이예사롭지않아하루쉬기로했다.

엊저녁고향방식으로국수를해먹는다고멸치육수를차게해서먹은탓일까.아니면냉장고에있던찬수박을입가심한다고퍼먹어서일까.한기가들고뼈마디가약간쑤시는게아무래도감기증상이다.

아내는날이덥다고옷을얇게입어감기에걸렸다며면박을주었다.

긴팔,긴바지를다시꺼내입었다.

침대에일부러불을떳떳하게올려놓고점심도굶은채한숨잤다.

두시께일어나KBS클래식FM을들었다.그리그의피아노협주곡이끝나고역시그리그의’지나간봄’을들려주었다.

오케스트라의잔잔한멜로디가가슴을지그시파고들었다.

‘노르웨이의슈베르트’라고불릴만한그리그(EdvardGrieg,1843~1906)가남긴’슬픈선율(ElegsheMelodien,op.34)’중제2곡이’지나간봄(LetzterFru"hling)’이다.

음산하게깔린회색빛하늘아래서긴겨울을보내며사람들은꽃피고새우는따스한봄날을기다렸을터이다.

그렇지만그손꼽아기다렸던봄마저훌쩍지나가버리고그렸던희망은저만치가버렸으니그마음인들오죽할까.

며칠전아내의친구두사람이집으로놀러왔다.

40여년전만나한동네에서살았으니서로를속속드리잘알고있을것이다.한때는남편들과도서로의집을오가며자별나게지내기도했었다.그렇지만이제두사람은동네를떠나다른곳에서살고있다.

30년전,내가다녔던직장을그만두고세파世波에몸을던졌을때,그들은잘나갔던사람들이었다.한사람은유명한모단체의실장으로,또한사람은영관급장교로나의고달팠던세상살이를종종위로해주기도했었다.

A씨의남편은언론인출신으로모단체를거쳐나중엔사업에뛰어들었다.

사람좋아하고마당발이었던그녀의남편은지인의권유로준비없이사업체를맡았다가종내는살고있던강남의아파트까지날리는고난을겪었다.나중엔지적장애까지생겨집안은풍비박산이났다.

가끔A씨를만나면그좋았던얼굴이안타까울정도로망가져있는걸보며가슴아파했었다.

그러다가작년여름남편은저세상으로갔다.문상가서본그녀의얼굴은말이아니었다.

그런데1년여지난요즘그녀의얼굴은거의예전모습으로돌아왔다.

속썩히던남편이죽고나서마음에여유가생겨서일까.

B씨의남편은군장교로예편했다.

치밀하고예리한성격이어서연금이나받으며관련기업으로취업을할줄알았다.

그러나그녀의남편은일시불로연금을받아친구들과사업을시작했다고한다.

잘되기를바랐지만결과는그게아니었다.들리는말로는노후자금을몽땅날리고어렵게살고있단다.

그들이바랐던그봄날은비바람속에지나가버린듯했다.

우리가그렸던그봄은어떤봄이었을까.

작은꽃잎하나에만족하지못하고더크고화려한봄을찾아헤매다가그꽃한송이마저잃은건아닐까.

가버린봄을생각하며그리그의가슴짠한멜로디를흥얼거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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