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추억나들이 (26)

다음날아침,영호가간밤의실수를사과하자박차장은빙그레웃으며한마디했다.

서기자,마음은알겠는데그렇다고그렇게퍼마셔서야쓰나.

찬수도어깨를툭치며비아냥거렸다.

자~식,간만에객고좀풀까했더니다된밥상을그렇게엎는법이어디있어.

그래,미안하다.다음부턴절대안그럴께.

됐다,임마.담부턴니가출장에낀다면난안따라간다.알겠어?

그후부터영호에게는’돌[石]기자’란닉네임이붙었다.여자보기를돌같이본다는별명이었다.그런소릴들으면서도영호는자기관리를게을리하지않았다.일을위해서라면자신의몸을사리지않았고회식자리에서분위기를살리려고두주斗酒도불사不辭했다.그렇지만여자라면눈길한번돌리지않았다.

그런데진경을생각하면영호의마음은언제나평온하지못했다.괜히가슴이콩닥거렸고뜨거운무엇인가가치밀어오르는기분이었다.왜이러지?내가이팔청춘도아닌데.영호는스스로마음을달래며고개를흔들었다.그러나그뿐,영호의가슴은이내뜨거워졌다.

참,별일이야.이게첫사랑의흔적인가.

진경과의만남을하루앞둔금요일저녁,영호는친구정식을불러냈다.중앙시장에서조금떨어진비빔밥집에서였다.

그곳은내로라하는소문난비빔집에비하면연륜이일천하지만맛은결코뒤지지않았다.영호의취향에는오히려맛이더나았다.곁들여육회까지시켜소줏잔을채웠다.

니가불러내는거본께또무신일이있는가베.

잔을비우며정식이영호의정곡을찔렀다.

그래,아물캐도니한테코치를좀받아야될일이생깄다.

얼씨구,고향에내리오더만내한테한수가르침받을일이생깄다꼬?거기뭐인데?

와,저번에함말했다아이가.초등학교선생님일말이다.

아,하선생이라쿠는사람말이제.와,무신문제가있나?

무신문제가아이고전화통화로한기라.매칠됐다.

그래서운제함만나기로했는가베?

자슥,눈치는돼기빠르네.그래,낼오후에만나기로안했나.

그래?자슥,재주도좋네.신문기자하더만진도도돼기빠르다이.

임마,농담하지말고.그래,우짜모좋겄노?

뭐로?

얼추40년만에만내는데,내가우짜모좋겄노말이다.니가코치좀해주라.

자슥,나이값좀해라.육십몇년을살았담서안죽도모리겄나.야가보기보단엄청시리순진하네.허허.

…………

내겉으모말이다.그냥눕히삔다.눕히삔다꼬.

눕히다이?……..에레기자슥,이거바람쟁이네.임마,농담말고좀잘갤카조바라.

자슥,거기일마,농담이아이라쿵께.이팔청춘도아이고산전수전에다공중전꺼정치룬육십넘은사람들이그래젊은사람들메이로사랑이우짜고낭만이우짜고살끼가.인자는그랄시간이없단말이라.그냥만나서차한잔마시고,아이모맥주한잔마시고모텔로가는기라.속전속결,거기젤좋타쿵께.

정식의열띤충고에영호의마음은착잡했다.

그래,니말대로그랬다가하선생이내귓방맹이로올리붙이모우짤긴데?

에레기자슥,니군비(굼뱅이)무서버장몬담군단말도모리나.그때는그때고밀어붙이는건밀어붙이는기라.

…………………

영호가마뜩찮아하자정식이술잔을들었다.

자,고민하지말고내시키는대로해라.한잔쭉들어라.

금요일의밤은깊어갔다.(계속)

2 Comments

  1. 이상덕

    2016년 12월 23일 at 11:12 오전

    금요일 밤은 깊어 가는데 아직도 영호는 진경이와
    역사를 만들지 못했나. 정식이 시키는대로 해서 역사를 만들어라. 영호가 아무리 돌이라 해도 정식이가 시키는 대로 술 한잔 들어가면 역사가 이루어질 것 같다. 오래 끌지 말고 빨리 좀 언텋게 해봐라.

    • 바위

      2016년 12월 25일 at 3:50 오후

      상덕아,
      천천히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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