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추억나들이 (29)

뒤벼리.영호에겐참으로많은추억거리를안겨준길이었다.국민학교다닐땐이길을걸어도동모래사장까지소풍을갔었고,그시절대나무낚싯대로강가에서피리(피래미)를잡기도했다.푸르른남강물속에서손가락굵기만한피리가팔딱거리며올라올때의그손맛은여지껏기억속에남아있었다.

뒷켠흔들바위밑정자나무아래에는잔술파는아낙이피리를다듬어장사를했다.추운겨울을빼고그곳엔남자손님들몇이앉아피리회를안주로막걸리를마셨다.

아,꼬돌꼬돌씹히는피리맛이와이리좋노.술맛난다.

불콰한얼굴로파안대소했던그들은이젠저세상으로떠났을터이지.그머리위로위태위태하게걸려있었던흔들바위도지금은볼수가없다.

그뿐인가.뒤벼리강변엔사시사철빨래하는아낙네들의발길로부산했다.길윗쪽바위밑에는빨래삶는가마가늘펄펄끓고있었고빨래를두드리는방망이소리가오케스트라의타악기소리마냥시끌벅적했다.

빨래하는어머니를따라강변에나왔던영호가돌이끼에미끄러져물에빠지는바람에혼이나기도했었다.

여름철이면범람했던남강물로뒤벼릿길이물에잠겼고길가장자리에세워둔돌을경계로조심조심길을지나기도했었다.종아리까지바지를걷어올리고서.

강건너편에세워진그림같은문화예술회관을보며영호는옛추억에잠시빠졌다.

진경이안내한음식점은새롭게이전한시청건너편길로한참을더들어간곳에있었다.

가정집을고쳐음식점으로만든듯마당을중심으로본채와사랑채로구분되어있었다.둘은안내를받아사랑채의작은방으로갔다.앉은뱅이식탁이있고방문엔발이쳐있어마당이한눈에들어왔다.

가오리찜과육회를주문하고맥주를시켰다.토요일오후이른시간이어선지음식점은조용했다.

잠시후맥주두병과서비스안주로부추전,삶은땅콩이나왔다.부추전에는이곳사람들이말하는땡초(청양고추)를넣어맛이칼칼했고삶은땅콩은고소했다.

맥주를따른영호가잔을들었다.

자,하선생님과의해후를반기며두사람의건강을위하여~~

진경도미소띤얼굴로잔을들었고단숨에비웠다.

아이쿠,하선생님.이거술실력이보통아인데예.

뭐,맥주한잔갖꼬글샀십니꺼.접장(선생)생활사십년이라쿠모이정도는아무것도아입니더.

그사이40년의앙금이사라지기라도한듯진경도예사롭지않게평상으로돌아왔다.

그듣던중반가운말이네예.하선생님이한잔하실줄안다쿵께오늘한꼬뿌지대로하입시더.

진경이부추전한조각을입에넣었다.

선생님,이거이름이소풀이라쿠는것도잘알지예?

하모예.진주사람치고소풀모리는사람이오데있십니꺼.부산가모이거보고정구지라안쿱니꺼.

그렇지예.부추라쿠는말보담도소풀이울매나정겹십니꺼.서울사람들은이거땡초보고도청양고추라쿠는데지는땡초란말이더정이가는기라예.

영호가삶은땅콩을까서먹었다.

하선생님,이땅콩도말입니더.볶은거보담도삶은기울매나더꼬십니꺼.지는서울삼서이삶은땅콩이생각나서아무리살라캐도파는데가없더라꼬예.그라다가운젯적에이화여대들어가는길목에서우떤사람이이삶은땅콩파는거보고그게있는거전부샀빗다아입니꺼.혹가다마산이나부산가모삶은땅콩이있던데전국을돌아댕기봐도이거묵는데는진주뿐이더라꼬예.

맥주몇잔을비우는사이가오리찜과육회가들어왔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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