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추억나들이 (32)

영호가소주한잔을입안에털어넣고은어회한점을씹었다.

야,은어가싱싱해서그란지수박냄새가납니더.맛이기가막히네예.꼬돌꼬돌하고.

진경도덩달아소주한잔을비우고은어회를집어먹었다.

맛이좋은데예.지는은어라쿠모하동섬진강에서만잽히는줄알았는데여게경호강에서도나온다는말처음들었십니더.

그래예?은어가섬진강에서만나오는기아이고예전에는진주남강에서도많이잡았지예.지가듣기로여기경호강에서도제법잽힌다꼬들었십니더.

그사이진경의스마트폰에서는포레의’비가’가끝나고브르흐의’콜니드라이’가흘러나왔다.

저곡도재클린의연줍니꺼?

예.저곡끝나모드보르작첼로협주곡까지있어예.사람들은같은영국태생인엘가의첼로협주곡을쳐주지만지는드보르작이훨씬좋더라꼬예.

아,드보르작첼로협주곡기가맥히지예.그2악장에서심장을팍팍쪼개는오케스트라의합주말입니더.지는예전에그곡들음서한참운적도있었지예.

아이구,서선생님은전에도갓신하모눈물을좀찔끔기맀다아입니꺼.

영호는연이어잔을비웠다.

글안해도하선생님만나옛날이바구하며한잔항께맘이들뜬데다가비꺼정내린께참말로분위기한번끝내줍니더.오늘은아무리마시도술이안첼거같은데예.아주무이,여게소주한베이더주이소.

비가추적추적내려선지첼로가내뿜는음색은무척이나애처로웠다.

하서생님,저’콜니드라이’말입니더.우리말로’신神의날’이라쿠는데오늘겉치비오는날들은께구성진첼로음색이우찌보모고해성사하는겉치들리네예.

선생님,저첼로소리가재클린의울음소리안겉십니꺼.한창나이였던스물여덟살때손가락근육이풀어지는’다발성경화증’에걸맀신께울매나충격이컸겠십니꺼.

하모예.생각해보모참말로안된기라예.좋은가정에서태어나가꼬부모님도움으로다섯살때부터첼로를배았고열여섯살때런던에서데뷔했싱께천재소녀라쿨수있지예.거게다가1965년스무살나던해에비비씨(BBC)교향악단의미국연주여행독주자로뽑힛싱께울매나축복받았십니꺼.그란데그다니엘바렌보임을만난기고마비극의불씨가됏빈기라예.

꼭그렇타꼬말할수야있십니꺼?

아입니더,하선생님.1966년스물한살이던그해크리스마스파티에서그다니엘을만난기비극으로간첫걸음이됐단말입니더.그친구하고결혼할라꼬부모님반대에도불구하고기독교에서유대교로개종꺼정했다아입니꺼.

그결혼땜에부모님하고는평생결별해비맀고예.그란데그잘난남자다니엘바렌보임이마누라가희귀병에걸리갖고연주도몬하고실의에빠졌는데러시아여자피아니스트랑바람을피았던말입니더.사실은동거를했지예.애를둘씩이나놓고.이런나뿐사람이오데있십니꺼.마누라는남편오기를억시기나기다리는데,곤경에빠진마누라를내치다이.이거생각하모열불이나서그친구연주하는꼬라지도뵈기실타쿵께네예.

그래도그사람,요새서동오케스트란가이스라엘하고팔레스타인청소년들관현악단맨들어서중동평화를위해열심히뛰고있다쿠던데예.

가리늦가지은죄속죄한다꼬글샀는가예.우찌됐거나지는그사람딱보기실타아입니꺼.자,하선생님.비가줄기차게내리는데술이나마십시더.그건그렇고여게경호강옆에안잤신께옛날하선생님하고내원사놀러갔던생각이…

술탓이었던가.영호는지난얘기를절대로꺼내지않겠다고다짐했건만저도모르게내원사얘기를꺼내고야말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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