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점심 한 끼

가을을재촉하기라도하는듯축축한비가내린다.

이럴때는어디허름한목로주점에라도들어가서따끈한국물에소주한잔이제격일것같다.

그런곳이없을까하고머릴굴리다가얼마전악기때문에찾아갔던낙원상가가떠올랐다.그곳지하철종로3가5번출구쪽에단돈2천원짜리음식들이눈에띄였기때문이었다.

오후1시경그골목으로일부러갔다.

점심때여선지사람들의왕래가많았다.눈에들어오는예사롭지않은풍경은여든나이쯤돼보이는노인남녀가팔짱을끼고거리를활보하고있다는것이다.가히노인들의천국일시분명했다.ㅎㅎ

길을헤매다가가까스로눈여겨봤던식당을찾았다.

처음생각은그곳2천원하는해장국을먹으려고했다.

그런데보니손님들이많다.얼핏보니꽤넓은공간인데도빈테이블이두세개밖에없다.혼자서들어가려니아무래도망설여졌다.

기웃거리다가전에보았던아욱국간판걸린식당으로갔다.그곳은빈자리가몇군데있었다.

아욱국은추억의음식이다.어린시절요맘때면어머님이종종끓여주셨던국이었다.

오래전아내에게아욱국부탁을했더니그채소가다듬는데진땀을빼게만든다며오리발이었다.

아욱국은식감이미끈미끈한게보통국들과는다르다.

짠~~.일금2천5백원짜리아욱국이밥과함께나왔다.반찬은배추김치하나뿐이었다.

여러가지반찬을싫어하는내가먹기엔안성맞춤이었다.멸치된장으로만든아욱국으로맛도괜찮았다.

그냥밥만먹기가뭐해서소주한병을시켰다.

예전어머님의손맛만큼은못하지만그런대로맛있게다비웠다.ㅎㅎ

마침옆자리에여든살도훨씬더된노인두사람이와서순댓국을시켰다.순댓국도일금5천원이었다.

밥이나오기전노인한분이밖으로나갔다.주인장이어디가시느냐고물으니다른노인이왈,이과두주를사러갔다고했다.잠시후나갔던노인은수퍼에이과두주가없다며납작한소주한병을사들고왔다.

술을사온노인이권했지만다른노인은안마시겠다고버텨결국노인혼자서한병을다마셨다.

계산을마치고밖으로나오니비가추룩추룩내리고있었다.

얼핏앞집을보니’선지해장국2천원’이란글짜가눈에쏙들어왔다.

다음에는저식당에도도전을해봐야겠다.아니면나중에퇴근하며들러맛을보든지.ㅎㅎ

처음으로종로3가에서맛본소박한점심한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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