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의 선물

어제, 5월의 첫 날, 딸네 가족이 우리집으로 왔다.

오는 5일 목요일이 어린이날이어서 아내가 외손녀 둘에게 옷가지와 신발을 사와서 가지러 온 것이다. 김포 한강신도시에 집을 마련하고 4년 전 이사간 딸네 가족은 딸만 둘을 낳았다. 큰 애가 일곱 살, 작은 애가  다섯 살이다. 큰 애는 나이답지 않게 의젓하고 조신하다. 해서 지난 주일, 다니는 예장(합동) 서울노회에서 주는 유치부 어린이 모범상을 받았다.

거기 비해 작은 애는 영악하고 지혜롭다. 게다가 붙임성까지 있다. 때로는 언니에게 고함을 지르고 큰소리까지 친다. 내가 봐도 엄청당차다. 아내는 작은 애가 어린 시절의 자길 닮았다고 좋아한다. 그렇지만 엉석받이다.

사위가 네 시쯤 딸애와 손주들을 집에 데려다놓고 교회 모임이 있어 나갔다. 아내와 딸애는 피곤하다며 각기 방을 차지하고 단잠에 빠져들었다. 하여 외손녀 둘은 내 몫이 되었다. 사과도 깎아주고 초콜릿도 먹였다. 전 같으면 내 스마트폰으로 손주들 달래기는 아무것도 아닌데 그걸 못 하게 되었다. 2주 전엔가 작은 애에게 내 휴대폰을 줬다가 와이파이가 잘못 되는 바람에 서너 시간 동안 3만여 원을 까먹었다. 해서 다시는 내 휴대폰을 작은 애에게 안 주기로 약속했다.

애들이 군것질이 하고 싶은 것 같아 나중에는 슬라이스치즈까지 먹였다. 큰 애는 혼자서 무엇이든지 잘 하니까 직접 먹으라고 주었다. 작은 애는 내가  한 입씩 잘라서 입에 넣어주었다. 이걸 본 큰 애가 무슨 심보인지 먹기 싫다며 치즈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내가 혼자 쓰는 방에 들어와서 EBS ‘세계테마기행’을 보고 있는데 큰 애가 들어왔다. 그러곤 손에 쥔 치즈를 내 앞으로 내밀면서 “할아버지, 저도 할아버지가 직접 손으로 잘라 내 입에 넣어주세요”했다. “왜 그래?”하고 물었더니 “저도 때로는 동생처럼 되고 싶거든요”하고 정색으로 말했다. 야, 어린 것이 이럴 수가 있나. 내 가슴이 뜨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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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을 끝내고 돌아온 사위가 조그만 꽃을 사들고 왔다. 어버이날이 멀지 않아 생각나서 사왔다고 했다. 고마왔다. 게다가 내게 블로그 사진 올리는 방법을 10분도 안돼 가르쳐주었다. 꽃보다 더 고마운 사위의 선물이었다.

아들네는 다른 약속이 있어 이번 어린이날 연휴는 딸네 가족과 함께보내기로 했다. 요즘 아들보다 딸을 더 좋아하는 이유를 이제사 조금은 알 것 같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5월 2일 at 3:21 오전

    사진 올리는 방법을 배우셨다니 축하합니다.
    사람은 일생동안 배우면서 사나 봅니다. ㅎ
    알고보면 또 아무것도 아니지요?

    어버이날 꽃도 미리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세요.

    • 바위

      2016년 5월 2일 at 9:51 오전

      그렇습니다.
      나이 들어도 배우는 건 끝이 없습니다.

      꽃보다도 사진 올리는 걸 배워서 더 기뻤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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